[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향후 7년간 매장 오픈, 모바일 강화 등을 통해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향수 제품군을 강화해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국내 뷰티 문화를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김동주 세포라 코리아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있는 세포라 국내 1호점에서 한국 공식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세포라'는 전 세계 2천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편집숍으로,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하고 있다. 1970년 프랑스에서 도미니크 맨도너드에 의해 설립됐으며, 미국·중국·프랑스·이탈리아 등 33개 국에 진출해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2005년 중국 진출을 비롯해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 350여 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10번째 진출국이다.
김 대표는 "13개월 전 세포라 코리아의 첫 입사자로 합류해 지금까지 론칭 준비에 몰두해 왔다"며 "그 동안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을 분석하며 프랑스 본사와 함께 준비한 끝에 지금이 '세포라'를 론칭하기 적합한 시점이라고 보고 이번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포라는 오는 24일 국내 첫 매장인 파르나스몰점과 온라인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12월 2호점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 내년 1월 신촌 현대 유플렉스점, 2월 잠실 롯데월드몰점 등을 잇따라 오픈하며 영역 확장에 나선다. 또 5호점, 6호점 오픈도 확정된 상태로, 명동·강남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가두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일단 온라인 스토어는 웹사이트 오픈만 준비된 상태로, 내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해 전체 매출의 20%를 이커머스에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선 2년 6개월 안에 서울·경기권의 쇼핑몰·백화점·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14곳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세포라'의 명성에 비해 한국 진출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내서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H&B(헬스앤뷰티) 시장과 성격이 많이 다른 데다, 이미 뷰티 편집숍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는 시각도 있어서다.
이로 인해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부츠 등 드럭 스토어 형태의 H&B 뷰티숍들은 아직까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형 세포라'를 콘셉트로 2017년 신세계백화점이 론칭한 '시코르'는 뷰티 전문 편집숍으로 세포라와 성격이 비슷한 만큼 긴장하는 눈치다. 이에 '시코르'는 인근에 있는 '세포라'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코엑스점에서 'K뷰티 위크'를 진행하며 적극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시코르가 라인업 중 프리미엄 K뷰티 브랜드를 내세웠다면, 세포라는 LVMH 계열의 프리미엄 뷰티 전문 매장인 만큼 명품 브랜드 및 해외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들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포라가 한국 로컬 H&B스토어인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과는 다른 브랜드 라인업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 국내 유통채널에 대항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세포라는 국내 시장에 후발 주자로 나선 만큼 독점 브랜드와 강력한 PB 브랜드를 차별화 포인트로 두고 한국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외 독점 브랜드로는 '타르트', '후다 뷰티',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 '조이바' 등 30여 개에 이르며, 국내 독점 브랜드는 '활명', '탬버린즈', '어뮤즈' 등 3개다. 대표 PB 브랜드는 '세포라 컬렉션', '아워글래스' 등으로,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아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텁다.
안주희 세포라코리아 마케팅부문 이사는 "PB 제품 덕분에 세포라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향후 PB 비중을 전체 매출 중 1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세포라는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공 여부가 이곳의 입점 여부로 결정될 만큼 뷰티업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뷰티업체들은 해외 진출 교두보로 해외에 있는 세포라 매장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의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에 세포라는 매년 국내 브랜드들을 발굴해 해외 시장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활명', '탬버린즈', '어뮤즈'를 독점 브랜드로 선정하고, 12월께 중국 상해에서 이 제품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도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세포라 매장에는 40여 개 독점 브랜드들이 입점돼 있고, 프리미엄·메이크업·향수·스킨케어까지 모두 최적화 돼 있는 것이 우리만의 강점"이라며 "해외 직구 브랜드도 직구 가격 수준으로 선보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3개월마다 한 번씩 독점 브랜드를 선보여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포라 코리아는 제품 구성 외에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적화 된 '체험 시설'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뷰티 어드바이저'로, 모든 입점 브랜드에 대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친 직원이 고객에게 제품과 사용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조언해 주는 시스템이다.
또 고객들은 전문성을 갖춘 뷰티 어드바이저를 통해 15분간 메이크 오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뷰티 플레이'를 비롯해 피부 상태 진단을 통해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 받는 '스킨크레더블', '다이슨 헤어 스타일링 바' 등을 매장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 '다이슨 헤어 스타일링 바'는 세포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헤어 스타일 공간이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세포라 매장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놀다가 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품 테스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뷰티 서비스를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몇 시간이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에도 업계에서는 세포라의 국내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포라의 주력 상품들이 대부분 미국 시장에 맞는 '메이크업 제품'이어서 '스킨 케어' 위주인 국내 시장과 전략적인 측면에서 엇나간 것 아니냐는 평가다. 국내 뷰티 시장은 80%가 스킨케어, 20%가 메이크업 제품으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일본 도쿄에도 1990년 초반에 진출했지만 일본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던 전례가 있다"며 "국내는 올리브영·랄라블라·시코르를 비롯해 화장품 업체들이 운영하는 아리따움·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원브랜드숍까지 포화된 상태로, 세포라가 업계에 안착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요 고객층인 20~30대 여성들이 해외 여행, 직구 등으로 미리 세포라를 경험하며 친숙함을 느끼고 있어 충성 고객 확보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셀러브리티나 브랜드 하나에 대한 일명 '로열티 소비'가 시들해지고, 같은 시간 내에서 보다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세포라 진출에 대비해 원브랜드숍, 드럭스토어는 세포라와 다른 라인업과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시코르 등 기존 뷰티 편집숍들과는 앞으로 경쟁보다 함께 시장 확대를 해 나가며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길 희망한다"며 "온라인을 중점으로 한 '옴니채널' 구성과 한국인에 맞는 다양한 체험 시설, 우리만의 차별화 된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한국인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적극 소개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한국 1호점이 전 세계 매장 중 100대 매장 안에 들어가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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