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2일 새해 첫 행보로 신년사 없이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통상 기업 경영진들이 신년사를 통해 구성원에게 경영방침을 제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엠파워링(empowering) 리더십이 본격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최 회장은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의 행복실현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이날 "저 없이도 잘할 것"이라며 구성원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SK는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2020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UPEX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신년회는 최 회장의 별도 신년사 없이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간 대담 등으로 꾸며졌다. 현장 발언에는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안정호 서울대 교수, 전북 군산 지역공동체 활동가 조권능씨 등이 나섰다.
특히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주요 재계 경영진들이 일제히 이날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영철학 및 경영과제를 제시한 것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수의 경영방침과 경영 키워드 없이 구성원이 그룹의 경영 방침을 제대로 따르겠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큰 문제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이날 올해 신년회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저 없이도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 방식의 신년회가 도입된 것도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최 회장이 주도적으로 그룹의 경영과제를 행복과 딥 체인지로 정하고 강하게 추진해왔지만, 올해부터는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야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반 시민과 고객,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2020 행복경영'을 주제로 한 SK 구성원 간 대담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변함없는 행복경영론을 전파했다. 행복경영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구성원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최 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원래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컨셉이였지만, 왜 이 방식으로 (신년회를) 추진하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새해 복(福)많이 받으라는 것, 그 복은 어디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을 만들어내야 복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SK는 주요 관계사 CEO들이 '행복'을 주제로 토론을 한 뒤 최 회장이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신년회를 열었다. 다만 올해는 대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입사원이 토론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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