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보험사들은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들이 지점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책임과 업무강도가 과중한 데 반해 그만큼의 보상이 없습니다. 직무급제는 이러한 직원들에게 연봉의 일부분이라도 보상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교보생명이 금융권 최초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그간 보험업권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교보생명이 연공서열제를 폐지하는 파격을 시도한 것이다. 노조는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혁신은 불가피하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위기다. 신창재 회장의 '철밥통 연공서열 깨뜨리기'가 노조의 태클을 극복하고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사노위는 정부와 근로자 및 사용자가 고용노동정책과 관련해 협의하기 위한 대통령자문기구다. 중재요청이 접수되면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안건을 의제화할지 논의한 뒤, 차관급인 운영위원회와 장관급인 본위원회의 절차를 거친다. 이후 노사 간 중재를 위한 권고안 등을 발표하는 형식이다.
이에 앞서 교보생명은 새해를 맞아 지난 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직무급제란 연차가 아닌 직무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연공서열 중심으로 연차가 쌓이면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와는 달리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업무 성격과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교보생명은 기본급의 5% 가량만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향후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이 직무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히자 노조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지난 2일 "인사이동 불이익 초래, 직무순환 활성화 저해 우려, 적절한 인사 배치 등 정확한 직무급제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 관련 자문 및 준비에 6~7년이 걸렸고, 지난해 1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실행하기로 한 바 있어 일방적 강행일 수가 없다"며 "직무변동에 따른 심의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반발을 두고 올해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직무급제 도입으로 인해 임금이 줄어들 수 있는 하위직무를 수행하는 부차장급 직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직급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서 그 강도와 성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급여가 동일하다면 이는 역차별일 수도 있다"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업계가 제로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혁신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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