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스마트폰 등의 판매가 줄면서 관련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감소했으나, 서버용 제품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원격근무, 온라인 쇼핑 증가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효과다.
이에 오는 4월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코로나19 속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회계기준 2020년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47억9천700만달러, 영업이익은 4억4천만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17.8%, 77.5% 감소했다.
마이크론은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 마이크론 중국 시안 공장이 일시적으로 '셧다운(가동 중단)'된 여파도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론 측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시장 전망치보다 좋은 실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의 분기 매출을 46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은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매출을 기록했다"며 "마이크론의 기술 리더십과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는 어려운 시기에 메모리반도체와 스토리지(저장장치)에 대한 장기 수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또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해 부품 공급 업체를 다변화하고, 소재 재고를 늘리며 후공정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서버 수요가 늘면서 마이크론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자동차·가전 등 세트향 매출이 크게 줄었으나, 게임·이커머스·원격근무 수요가 늘면서 클라우드 등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고 자연히 데이터센터 확충이 중요해졌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데이터센터용 SSD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 및 원격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노트북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마이크론은 오는 3분기(3월~5월) 매출을 46억~52억달러로 예측하며 2분기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잡았다. 마이크론은 3분기에도 이 같은 서버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서버용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생산량을 늘려 데이터센터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탄탄하다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면서 한층 증가된 온라인 트래픽에 서버를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및 사회활동, 게임·영화 등의 콘텐츠 소비 등이 서버향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최근 2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2분기에는 두자릿수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생각보다 미미하다고 판단하기는 속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전세계 곳곳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점은 3월이다. 마이크론은 3분기에도 서버향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 변수가 워낙 크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마이크론 측도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장비 회사들의 운영 중단과 해외출장 제한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회사 측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날 경우 D램은 10% 중반, 낸드플래시는 30% 수요가 증가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반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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