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일본의 몽니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심사지연이 이어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연내 마무리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이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기업결합 심사 작업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EU 집행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업무는 원격으로 대체됐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공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 경쟁업체 등 시장관계자로부터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심사를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 EU,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신청을 냈다. 현재 카자흐스탄만 합병 승인을 내줬다. 나머지 국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EU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EU는 해외 주요 선사들이 집중돼 있다 보니 합병에 따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에 기업결합 본심사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EU는 총 2단계 심사 가운데 1단계 예비심사를 마쳤다.
당초 EU 집행위는 2단계 심층심사를 통해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등 시장에 미치는 우려 등에 대해 조사해 오는 5월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료 요청 등을 이유로 심사기한을 7월9일로 미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심사기한이 또다시 무기한 연장됐다.
◆日, 현대重 기업결합 2차 심사 진행…"심사 321건 중 2차 심사는 2건"
일본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일본 경쟁당국인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지난 2월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기업결합에 대한 2차 본심사에 돌입했다. 1차 심사 후 3주 만에 2차 심사에 돌입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1월 말 기업결합 신고서를 수리하고 1차 심사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자국 조선시장의 피해를 우려하며 기업결합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21건의 기업결합 심사 가운데 2차 심사로 넘어간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이어 올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도 문제 삼았다. 최근 양국간 조선분쟁 양자협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WTO 관련 양자협의를 요청한 주체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취인위원회와 다르다. 또한 기업결합 심사는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다 법령에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심사를 지연시키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추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도 2차 정밀심사 돌입…현대重, 산은과 수정계약 체결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도 심층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싱가포르는 올해 1월 1차 심사에서 경쟁 제한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심층심사 개시를 결정했다. 이들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간 사업 중복으로 시장 경쟁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주요 경쟁국이 진행하는 심사에서는 양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이 최대 이슈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두 회사 전체 선종을 따진 시장 점유율 21%(수주잔량기준)보다 많다.
지난달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현물출자 계약 만료일을 9월30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수정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이들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을 체결하며 계약만료일을 본계약 체결일로부터 12개월 이내로 설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심사가 지연되면서 올해 내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시 LNG선 등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각국이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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