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오리온의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진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허인철 부회장이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이에 '허인철 매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5월 매출 1천762억 원, 영업이익 31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9%, 영업이익은 32.63% 늘었다.
오리온은 국내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 법인의 실적 개선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오리온 한국 법인은 지난 5월 매출 598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의 여파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6% 줄었고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중국·베트남·러시아 법인은 각각 18.52%, 24.71%, 16.3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각각 44.14%, 104.76%, 85.71%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이는 오리온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시장이 축소기에 접어들었지만 떠오르고 있는 신흥 시장 공략에 성공해 '지속가능성'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이는 지난 2014년 이마트 대표를 거쳐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은 허 부회장의 전략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실제 허 부회장은 취임 후 신세계그룹의 '재무통'이었던 경력을 살려 해외법인의 비용 관리에 집중했다. 이에 해외 중점 법인은 몇 개의 거점에서 관리되는 '중앙 통제 체제'를 갖췄고 생산재고 관리시스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해 비효율적 비용을 제거했다.
◆'종합식품기업'으로 진화 도모…화룡점정은 '바이오 산업'
시스템을 정착시킨 허 부회장은 디저트, 간편대용식, 음료, 건강기능식품을 '4대 신사업'으로 내세워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제과 영역에 편중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글로벌연구소를 별도로 신설해 현지 입맛에 맞춘 전용 신제품을 출시하며 본업 자체의 경쟁력도 높였다.
이 같은 구상은 허 부회장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됐다. 오리온은 2017년 12월 '디저트 초코파이'를 출시하고 전문 판매점 '초코파이 하우스'를 오픈했다. 소비자들은 친숙한 초코파이에 고급감을 더한 초코파이 하우스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고 최근에는 제품을 편의점에까지 입점시키며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듬해에는 간편대용식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2018년 론칭한 '마켓오 네이처'가 호실적을 거두면서다. 마켓오 네이처의 '오!그래놀라'와 '오!그래놀라바'는 '홈트레이닝' 문화의 급격한 확산 속 대용식으로 높은 인기를 얻어 출시 이후 판매량 2천500만 개를 돌파하며 시장 주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본업인 제과와 연관성이 있는 신사업 2개를 연이어 성공시킨 허 부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영역으로도 발을 뻗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초기 국내 판매를 둘러싼 제주도와의 갈등 등 장애물이 있었지만 지난 5월 협상이 타결된 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다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진화에 '키 포인트'가 될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은 더욱 큰 도약을 위한 검토에 들어간 모습이다. 건기식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바이오 산업의 비전이 더욱 높다고 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밀양과 제주도에 간편대용식, 생수 공장을 연이어 짓는 등 이미 시작한 신사업의 안착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건기식 사업은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최근 바이오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단순한 건기식을 넘어 바이오 시장 전반을 공략하기 위한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형성장 기둥은 윤리경영·인재…"지속적 투자 이어갈 것"
허 부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4년 과자류 과대포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국산 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제품을 증량하고 포장재는 줄이는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이는 허 부회장의 '윤리경영'에 대한 신념이 담긴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착한포장 프로젝트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실제 오리온은 2017년 2분기부터 매출 '턴어라운드'를 기록하며 과대포장 이슈를 '졸업'했다. 특히 착한포장 프로젝트가 적용된 '촉촉한 초코칩'은 2018년 9월 증량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지난해 2월 10% 증량해 재출시된 '치킨팝'도 기존 대비 2.5배의 판매량 성장을 기록하는 등 새로운 주력 제품의 탄생도 이끌었다.
착한포장 프로젝트는 환경경영으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2017년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환경친화 포장재를 개발했다. 또 이 포장재가 적용된 '배배', '포카칩' 등 상품은 제과업계 최초로 환경부의 녹색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리온은 지난해 6월에는 약 70억 원을 투자해 '플렉소' 방식 인쇄설비를 도입하고 연간 잉크 사용량을 50% 이상 절감하는 시도도 이어갔다.
이 같은 윤리경영 행보는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넘어 친환경 경영 등 주요 이슈에도 적용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전 임원이 모인 가운데 ▲고객만족 ▲협력회사 동반성장 ▲주주가치 증대 ▲임직원 중시 ▲사회에 대한 책임 등을 담은 '오리온 윤리규범'을 제정했다.
허 부회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이끌어나갈 인재들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더 높은 권한이 필요한 자리에 적극적인 지원 형태의 인사를 단행한다는 평이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글로벌연구소장의 직위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격상했으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 법인장도 상무에서 전무급 직책으로 상향했다. 또 광저우·셴양 공장에는 최초의 현지인 공장장을 발탁하며 현지 직원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줬다.
이 외에도 오리온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한국 법인은 16부문 60개팀에서 4본부 17팀으로 축소됐으며 효율적 지원체제 구축을 위한 지원본부가 신설됐다. 또 중국·베트남·러시아 법인은 2~4개 본부 체제로 개편해 보다 원활하게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
오리온은 향후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진화를 이어가나겠다는 방침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위축을 정면 돌파하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 3월 익산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사망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외부 기관을 통한 '근로자 심리 상담제도'를 도입하고 신입사원 멘토링 제도 등 공장 내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사내 정책들도 대대적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며 "다양한 부문에서의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성장하는 회사가 아닌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내부 혁신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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