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한동안 출점 경쟁을 자제하던 편의점 업계가 서비스 경쟁에서 다시 격돌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전쟁터는 '동네 배달 서비스'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 31일부터 일반인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우딜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일반인들이 '우리동네딜리버리친구(우친·배달원)'로 직접 참여해 요기요에서 주문된 GS25 상품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한 배달 플랫폼이다. 대상 점포 반경 1.5km 이내에서 접수된 배달 콜을 잡아 도보 배달한다.
앞서 GS25는 지난 19일 우딜 서비스 제공을 서울 지역에서부터 시작한 바 있다. 전국 확대는 연말로 예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 이상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서비스 조기 확대를 결정했다.
이에 GS25의 맞수 CU도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우친과 같은 배달원을 모집하기보다는 전문 업체와의 제휴를 체결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CU는 1만 명의 일반인 배달원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업체 엠지플레잉과 제휴를 맺고 이달 중 도보 배달을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가 이 같이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당초 다수 인원이 소량의 상품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편의점 업계는 배달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다수 인원이 모이는 대규모 집합시설을 넘어 편의점 등 소규모 업장에도 방문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지난 광복절부터 시작된 종교단체발 코로나19 확산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심화시켰다.
실제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GS25의 배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8.2% 늘어났다. 같은 기간 CU의 배달 건수도 76.4% 증가했다. 급속한 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빠른 대응 차원에서라도 배달 서비스 확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이다.
업계는 GS25의 우딜이 CU 배달서비스에 비해 배달원 규모 확대가 수월할 것인 만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체 플랫폼 및 배달원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만큼 대행업체를 끼고 진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서비스 운영 및 규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9일 우딜 론칭 이후 모집된 우친은 총 7천 명에 달했다. 이는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 플랫폼들의 직고용 배달원 규모에 비교해 봤을 시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더욱 많은 수의 우친을 확보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이다.
이에 GS25는 더 많은 우친 확보를 위해 9월 한 달 동안 우친 배달료를 기존보다 1천 원 더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태동기에 접어든 편의점 동네 배달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배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전문 업체와 손을 잡은 CU의 선택이 보다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 많은 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달 수수료가 보장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넓은 범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CU가 제휴를 맺은 엠지플레잉은 CU에 앞서 SPC그룹 온라인 사업 담당 계열사인 SPC클라우드와 도보 배달 계약을 맺고 플랫폼 '콜앤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꾸찌의 메뉴도 포함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엠지플레잉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배달원은 같은 골목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CU의 주문을 한 배달원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산술적으로 GS25의 상품만을 배달하는 것에 비해 2배의 수익이 예상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배달원이 CU 상품 배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GS25의 우딜 서비스가 보다 많은 전문 배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파이를 키우기에 유리하지만 결국 GS리테일 산하 브랜드의 상품만을 배달하게 될 것이라는 한계도 명확하다"며 "향후 서비스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CU의 선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초기에는 선두 주자인 GS25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CU가 GS25의 배달 서비스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편의점 배달 시장은 GS25 독주 체제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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