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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열전] '30년 맞수' 오비 vs 하이트진로…테라 열풍에 경쟁 재점화


하이트 제친 카스 위상에 테라 정면도전…맥주 시장 '판' 바뀔까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국내 맥주 시장의 역사는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 간 '경쟁의 역사'와 맥이 닿아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초부터 약 10년 안팎을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11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매출액 기준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49.6%, 하이트진로가 25.3%이었다. 브랜드별 매출도 오비맥주의 카스가 1조1천900억 원,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2천120억 원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소매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식당·주점 등 유흥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한다면 카스가 아직도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평이다.

맥주 시장 1위를 둘러싼 카스와 테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각 사]
맥주 시장 1위를 둘러싼 카스와 테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각 사]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테라를 출시하면서 여의도, 홍대 등 젊은 층과 직장인이 많은 유흥가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출시 14개월만인 지난 5월 말 누적 8억6천만 병을 판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흥 시장에서는 테라가 카스의 점유율을 앞서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30여 년 전인 1990년대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당시 시장은 '오비' 브랜드를 앞세운 오비맥주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에 하이트는 '천연 암반수'를 전면에 내세운 '하이트'를 출시해 1996년 오비맥주를 제쳤다. 이후 약 15년 가량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이에 오비맥주는 2007년 주력 제품을 '카스'로 교체하며 맞불을 놨다. 이후 맛을 앞세운 '카스 후레쉬', 레몬 과즙을 넣은 '카스 레몬', 당시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저칼로리 맥주 '카스 라이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2012년 시장 1위를 탈환했다. 이후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앞세워 반격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업계는 테라의 출시로 개막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제3 라운드'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젊은 소비자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00년대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제칠 때에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이트 공장견학' 등 프로그램을 앞세우는 등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간 바 있다.

2010년대 초반 오비맥주가 하이트를 다시 한 번 제치며 시장 1위에 올랐을 때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전개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테라 열풍 또한 주력 타겟을 젊은 직장인층으로 잡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펼친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오비맥주도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레트로 트렌드에 대응해 1990년대 시장 석권의 주역이었던 '랄라베어'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또 카스의 병을 리뉴얼했고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산하 브랜드의 콜라보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트렌드에 맞춰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쟁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맛'과 '스타 마케팅'이다. 테라는 출시 초기부터 카스에 비해 진한 맛을 셀링 포인트로 앞세웠고 공유를 모델로 내세워 청량감을 강조했다.

이에 오비맥주는 지난 2017년 고든 램지를 모델로 기용한 데 이어 2019년 개그맨 김준현과 가수 손나은을 모델로 내세웠다. 또 올해 들어서는 백종원을 모델로 내세워 '한국 음식과 합이 맞는 맛있는 맥주' 콘셉트로 카스를 알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백종원을 모델로 기용하며 '맛'과 '스타'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
오비맥주는 백종원을 모델로 기용하며 '맛'과 '스타'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

업계는 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맥주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쟁이 앞으로도 더욱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흥 시장이 위축돼 점유율 격차 좁히기가 더뎌질 수는 있지만, 하이트진로가 본격적으로 가정용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이트진로의 맥주 제품 중 가정용 채널 비중은 약 75%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테라가 카스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테라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스의 '유의미한 경쟁자' 포지션을 점했을 뿐 역전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맥주 시장에서 가장 최근의 동향을 담은 자료인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상 지난해 4분기 맥주 시장 매출 점유율에 따르면 카스가 약 3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0% 수준의 테라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가 출시 1년 만에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대단한 성과지만 아직 업계 1위를 논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도 없지 않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카스에 대한 테라의 '추격전'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양사는 과거부터 시장 1위를 뺏고 빼앗긴 경험이 있는 만큼 카스가 앞으로도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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