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또 다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했고,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도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통과 가능성에 기대감이 실렸지만 결국 의료계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가입자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안임에도 또 통과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안소위는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한 명만 반대하더라도 법안은 계류된다. 야당 의원 2명과 여당 의원 1명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 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약 3천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번거롭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 상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은 뒤,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으로 인해 소액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청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11년 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이번 국회 들어 양 의원이 다시 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야당 의원인 윤창현 의원도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자신의 영수증을 일일이 보험사에 발송하는 대신에 의료기관이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도 개정안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이번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이 민간 간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며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도 의료계의 입장과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법안 통과가 다시 좌절되자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공룡 여당이 탄생했고,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동참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도 올해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꼽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가입한 3천800만 국민의 편의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법안이다"라며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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