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인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과 박동욱 대표이사 사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건설 계열사에도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한 건설계열사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5일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윤영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 및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으며, 핵심 경쟁력 확보 및 조직문화 혁신 추진을 주도한다.
이번에 교체된 정진행 부회장과 박동욱 사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불린다. 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조직개편 가능성이 예고됐다. 다만 이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도시정비사업에서 4조원대 최대실적을 달성하고 '2025 전략'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변화를 선택했다. 윤영준 신임 사장은 1957년생으로 청주대 행정학 학사, 연세대 환경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대건설 현장소장(부장)과 사업관리실장(상무), 주택사업본부장, 공사지원사업부장(전무) 등을 거쳤다. 현장 중심의 풍부한 공사관리 경험을 갖춘 주택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에도 정의선 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열사들은 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체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비롯해 현대차 1.99%, 현대모비스 0.27%의 지분을 보유, 그룹의 주력기업 지분이 취약한 상태다. 정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순환출자를 깨고 정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자 했다가 주주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지주사 역할을 할 기업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정 회장 보유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해 단순계산하면 3천750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IPO) 혹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모회사 현대건설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뒤 현금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 및 지주사 지분추가 취득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건설계열사들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열쇠가 되는 셈이다. 윤 사장은 전통 건설업에서 벗어나 정 회장이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 등 미래사업 역량 강화라는 과제는 물론,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될 경우 국내 건설업계의 판도가 뒤바뀐다.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현대건설(12조 3천953억원)은 2위, 현대엔지니어링(7조 6천770억원)은 7위다. 단순 합산하면 삼성물산(20조 8천461억원)에 맞먹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평가받던 건설계열사가 지배구조 재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이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정의선 회장은 직접 보유 자산을 통해 정몽구 명예회장을 상속증여 받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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