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일군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영면…향년 95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국내 대표적인 장수 기업 삼양그룹을 이끌어 온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20일 오후 2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삼양그룹 창업주 수당 김연수 선생의 7남 6녀 중 5남으로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1949년 졸업하고 삼양사에 입사했으며, 입사 후 형님인 김상홍 명예회장과 함께 부친을 모시며 오늘날 삼양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고인은 1950~60년대 삼양사의 제당, 화섬 사업 진출을 위해 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또 울산 제당공장, 전주 폴리에스테르 공장의 건설 현장을 이끌었다. 이후 삼양사 사장, 회장을 역임하며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TPA,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분 및 전분당 사업에 진출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특히 1996년 그룹 회장 취임을 전후해서는 패키징, 의약바이오 등 신사업에도 진출해 미래 사업의 기틀을 만들었다.

고인은 생전 인재 육성과 학문 발전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2010년 양영재단, 수당재단, 하서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고, 투병을 시작하기 전까지 매일 종로구 연지동 삼양그룹 본사로 출근해 재단 활동을 직접 챙기며 장학사업과 학문 발전에 애정을 보였다.

사회 전반의 발전에도 헌신했다. 고인은 대한상공회의소장, 대한농구협회장,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비롯 최대 100여 개의 단체를 이끌며 경제, 체육, 환경, 문화 등 분야에 봉사했다.

특히 1988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이래 12년간 재임하며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됐으며, 1985년부터 12년 동안 대한농구협회장을 맡아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197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년), 자랑스런 전북인상(2008년)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는 혜안으로도 유명했다. 1990년대 국내 화섬업계가 신설,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설 때 사업의 한계를 예상한 고인은 삼양사의 화섬사업 확대 중단을 선언했다. 훗날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혜안에 감탄했다.

또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하던 임원에게 기업 환경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고 직원들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며 인원감축을 백지화시키기도 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내 박상례 여사와 아들 원(삼양사 부회장)씨, 정(삼양패키징 부회장)씨 등 2남이 있다. 고인의 유지를 따르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문을 비롯 조화,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 발인은 오는 22일 오전 8시 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