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판매 은행에 대한 분쟁조정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은행엔 투자 성향이 '안정추구형'인 고객이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상 비율은 증권사 수준 도는 그를 상회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분쟁조정위원회는 향후 제재심에서의 감경 사유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라임펀드 분쟁조정위원회를 진행하고 오는 24일 오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안정추구형 고객 많은 은행…증권사 배상 비율 상회 전망
분쟁조정 대상은 손실 미확정 펀드다. 환매 또는 청산이 종료된 펀드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이 가능하나, 라임 펀드들의 만기가 아직 많이 남은 점,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감독원은 '추정 손해액 방식'의 분쟁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정 손해액 방식 분쟁조정은 미상환금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분조위에서 정한 배상비율에 따라 우선적으로 배상하고, 추가 회수액도 배상 비율에 부합하도록 사후 정산하는 식을 말한다. 펀드 청산 시 실제 손해액이 먼저 지급된 배상액보다 적을 경우, 판매사는 상환액에서 초과 지급분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한다.
그간 금융감독원은 추정 손해액 방식의 분쟁조정에 동의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 대면 검증 등을 진행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분쟁조정 대상 펀드 규모는 각각 2천700억원, 280억원 상당이다.
이번에도 금융감독원은 KB증권과 마찬가지로 배상 비율의 범위를 40~80%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판매사인 KB증권을 대상으로 추정 손해액 방식의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기본 배상 비율을 60%로 결정한 바 있다.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선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 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반영했다.
배상 비율은 KB증권 분조위 수준이거나 상회할 전망이다. 증권사와 다르게 은행엔 투자 등급 중 '안정추구형'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KB증권 분조위 당시 ▲금융투자상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60대 주부에겐 70% 배상 ▲투자를 꺼리는 고령자에게 안전하다며 지속적으로 권유한 경우엔 70% ▲전액 손실을 초래한 총수익스와프(TRS)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경우엔 60% 배상을 권고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엔 안정적인 투자자 성향을 갖고 있는 고객이 많아, 겉으로 보이는 배상 비율은 증권사와 비슷할지 몰라도 실제 고객에게 적용될 땐 감경 요인보단 가감 요인이 클 것"이라며 "은행들 사이에서도 배상 비율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대 배상 비율이 80%라도, 원금 회수율은 이를 상회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원금의 최대 90%까지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라임 모펀드 '플루토 FI D-1'의 자펀드인 '라임 톱(TOP)2 밸런스 6M(이하 TOP2펀드)'를 주로 판매했다. 해당 펀드는 투자액의 절반은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플루토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의 환매 연기된 라임펀드(플루토 FI D-1·테티스 2호) 2천700억원 중 약 절반이 해당 상품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펀드 분쟁조정은 미상환 금액을 손해액으로 보는 '추정손해액'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TOP2 펀드의 경우 이미 우량 채권 투자금은 100% 상환이 이뤄진 상황이라, 환매 연기 중인 플루토 펀드에 대해서만 분쟁조정이 이뤄진다. 만약 10억을 투자한 고객이 80%의 배상 비율을 받았다면, 이 고객은 단순 계산으로 총 9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배상 비율은 80%지만, 실제 원금 회수율은 90%가 되는 셈이다.
KB증권이 판매한 상품의 경우 총수익스와프(TRS)로 인해 전액 손실이 초래됐기 때문에, 배상 비율이 곧 투자 원금 회수율이 됐다.
◆ 중징계 제재심 앞두고 진행되는 분조위…수락 가능성 매우 높아
금융감독원은 오는 2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제재심에 앞서 분조위가 열리게 된 만큼,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제재심의위원회엔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도 참석할 예정이다. 참고인으로서 각 금융회사의 피해 구제 조치에 대해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두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중징계 또는 그에 상당하는 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상황이라, 금소처의 '입'에 징계 수위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은행들이 분조위를 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상비율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지만,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추정 손해액 방식의 분쟁조정은 '판매 금융회사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한 경우에 한해 진행된다. 이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자체가 사실상 '수락'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부산·경남·농협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도 최근 마쳤다. 검사 결과가 얼추 정리되면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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