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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논란 가열…정치권도 잇따라 규제강화


이용자들 집단행동 속 정치권 발언까지 더해지며 논란 '기름'

왼쪽부터 이상헌 의원, 하태경 의원의 모습. [사진=각 의원실]
왼쪽부터 이상헌 의원, 하태경 의원의 모습. [사진=각 의원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의 '신화 아이템' 뽑기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이후,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적으로 못박는 방안이 마련되면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일부 게임사들과 이용자들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잇따라 관련 논란에 말을 보태면서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문제에 대해 많은 게임 팬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승부 조작처럼 악질적인 범죄 행위이며 굴지의 IT기업이 스스로 야바위꾼을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피해자의 광범위성, 피해 액수의 천문학적 수치를 고려해볼 때 (확률형 아이템 전반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 의원은 현재 온라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으며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측과도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 의원은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진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다만 '메이플스토리'를 넘어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이 있는 다른 게임들도 폭넓게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하 의원은 "메이플스토리 외 다른 게임에도 확률조작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고 언급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게임법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법률 규제가 두려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 의원은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며 협회 측의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게임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고 자율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이 문체부가 의원 발의 법안 형태로 제출한 법안이라, 황 장관도 기본적으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를 담은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4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소비자 보호 장치가 과도할 때 산업 발전·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를 콕 집어 반대한다기보다는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청소년 피해 등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분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자율규제를 주도하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GSOK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자율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다가, 최근 일부 게임들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율규제를 강조하던 게임업계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지난 1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에서 강원기 넥슨 디렉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메이플스토리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의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넥슨이 최근 불거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사진=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넥슨이 최근 불거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사진=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강 디렉터는 "메이플스토리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라이브 서비스의 개발 관성으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운영방식을 유지해 온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오직 경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객님의 답답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당수 이용자들은 넥슨이 여전히 이번 사태를 '사고'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해결 방안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넥슨은 지난달 18일 메이플스토리에 적용한 패치에서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기존에는 아이템 추가 옵션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집단 반발했고 확률 조작 의혹까지 일었다. 결국 기존 이용자들이 대거 게임 중단을 선언했고 트럭시위 및 '한도 0원 챌린지' 등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컴플리트 가챠'와 유사한 확률형 아이템을 '리니지2M'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최고 등급인 '신화' 무기를 만들려면 '신화 제작 레시피'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고대의 역사서'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한다. 고대의 역사서는 각각 희귀·영웅·전설 제작 레시피로 만든다. 문제는 랜덤박스에서 레시피가 나오는 확률만 공개하고 레시피로 고대의 역사서를 만드는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자율규제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자율규제의 실효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논란이 뜨거워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한편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오는 3월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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