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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쿠팡 물류센터 화재…불매로 번진 이유는


노동환경·김범석 행보 비판 커지며 탈퇴 이어져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이번 화재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게 아니다. 이제껏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전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쿠팡 회원 탈퇴한다."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쿠팡은 화재 유가족 및 임직원, 인근 주민에 대한 보상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 운동이 번지고 있다.

그간 쿠팡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부정적 평판에 더해 화재 당일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 의장 및 등기이사 사임을 발표하며 소비자들의 불신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 "쿠팡 안쓴다"…불매 여론 확산

21일 SNS에는 '#쿠팡탈퇴' 인증 게시물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 회원 탈퇴 방법을 묻고 답하는 댓글과 탈퇴를 진행했다는 인증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화재를 진압하던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9일에는 트위터에서 '쿠팡 탈퇴'가 대한민국 실시간 트렌드 항목에서 1위에 오르고 관련 트윗이 10만 건을 넘기도 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선 '쿠팡회원'이란 검색어에 '탈퇴'가 자동 완성 검색어로 등장했다. 이는 그만큼 쿠팡회원 탈퇴를 키워드로 한 검색이 폭증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들은 "노동자들이 사망한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쿠팡의 김범석 미국대표는 대한민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쿠팡이 책임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쿠팡 측은 19일 김범석 창업자와 강한승 대표이사 등이 김동식 구조대장의 빈소를 찾은데 이어 20일 유족 지원 방안과 장학 기금 조성안 발표, 이날 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을 위한 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하고 나섰으나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모양새다.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과 사진이 SNS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캡쳐]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과 사진이 SNS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캡쳐]

◆ 김범석 사임…화재 책임 회피?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진 건 김범석 전 의장의 최근 행보가 영향을 끼쳤다. 김 전 의장은 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 17일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쿠팡 미국 법인 쿠팡Inc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만 맡고 국내 쿠팡 경영진에서는 발을 빼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김 전 의장의 행보를 두고 국내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앞으로 불거질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지난해 쿠팡 배송기사들의 잇단 과로사 의혹 문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요청받았으나 불출석하며 그해 말 국내 법인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를 위해 사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국내 등기임원직에서 내려오며 쿠팡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 전 의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김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일자는 지난달 31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에 이미 사임이 이뤄진 것"이라며 "사임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이번 화재 발생 이후 사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범석 전 의장(왼쪽 세번째) 등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쿠팡]
김범석 전 의장(왼쪽 세번째) 등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쿠팡]

◆ '가치 소비' 소비자…"쿠팡, 책임 있는 모습 필요"

쿠팡의 회사 운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불매운동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그간 쿠팡 성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빠른 배송'을 위해 쿠팡맨과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지나친 노동 강도를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경에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성향이 더해지며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소비자들은 인권, 노동, 젠더 문제 등을 소비와 연결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기업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경우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최근 남양유업과 GS리테일을 두고 벌어진 불매운동 또한 이번 쿠팡 사태와 결을 같이 한다고 보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업이 보이는 행보와 연결해 다르다고 느낄 경우 불거지게 된다"며 "김 전 의장의 사임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쿠팡은 노동자와 소비자 등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도록 내·외부 위험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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