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매직이 잇따른 신용등급 줄상향에도 제대로 웃지 못하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올 초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돼 '오너리스크'에 휩싸이면서 기업공개(IPO)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대됐던 SK매직의 IPO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매직의 전반적인 평가는 좋은 편이다. 렌털 부문의 계정 기반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 주방·환경 가전으로의 사업 다각화 효과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IPO 추진과 맞물려 한꺼번에 매출을 인식하는 금융 리스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점과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신용등급 상향 속 회계 처리 변경 두고 논란
하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다소 긍정적이다. SK매직은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이 상향된 데 이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로부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0(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기존 'A2'에서 '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이로써 SK매직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안정적)' 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뤘다.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원, 렌탈 누적계정 200만을 돌파한 데 이어 신용등급도 잇따라 상향 조정돼 IPO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상향 조정 근거로 ▲렌탈계정의 빠른 성장세에 따른 사업안정성 제고 ▲견조한 이익창출력 유지 전망 ▲우수한 유동성 대응 능력 ▲SK계열 내 위상 제고 등을 들었다.
실제 SK매직은 지난 2016년 SK계열 편입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렌탈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246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견고한 실적 덕분에 지난 4월 3년 단일물로 1천500억원을 모집하는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조7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조 단위 흥행도 거뒀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을 두고 일각에선 SK매직이 지난 2019년 기존 운용 리스 매출로 처리하던 일부 렌털 계약에 관해 금융 리스 매출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후 약간의 실적이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단 SK매직의 렌털 매출은 2015년 1천293억원, 2018년 3천500억원에서 지난해 7천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3년 가량 약정 중심으로 이뤄지는 운용 리스에 비해 5년 이상 단위 계약인 금융 리스는 기업이 제품에 대한 감가 상각을 부담해야 하는 렌탈 개념이라기 보다 구입과 동시에 소유권 이전 시점까지 약정으로 보호받으며 제품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개념에 더 가깝다"며 "약정 기간 동안 렌탈 금액을 나눠 매출을 인식하는 운용 리스와 달리 소비자가 계약을 맺을 때 한꺼번에 매출을 인식하는 금융 리스 제품을 운영하는 것이 매출을 빠르게 확대하기 좋은 방법인 만큼 SK매직도 IPO를 염두해 이를 적극 활용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현재 SK매직의 금융 리스와 운용 리스의 비중은 매출액 기준 5대 5이지만, 올 들어 신규 계정 수 기준으로는 6대 4를 기록하며 점차 금융 리스 제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SK매직은 이는 렌탈 기간 확장에 따른 영향으로 업계가 지적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SK매직 관계자는 "4~5년차로 렌탈이 들어가는 제품들은 금융 리스로 잡게끔 돼 있다"며 "그 기간 제품들이 최근 들어 많아진 것일 뿐이고, 다른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의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바디프렌드가 금융 리스를 이용해 매출을 키운 것처럼 보이게 한 사례가 있었던 터라 업계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며 "바디프렌드처럼 SK매직도 금융 리스를 도입함으로써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앞세워 IPO를 추진하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 오너 리스크에 기업가치 훼손…멀어지는 IPO '꿈'
최 회장의 오너 리스크도 SK매직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SKC, SK텔레시스 등에서 2천235억원을 배임 및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돼 기업 가치 평가 측면에서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에 업계에선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의 선두에 나선 SK그룹 입장에서 SK매직의 IPO를 다른 계열사에 비해 먼저 추진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적어도 연내 상장은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SK그룹은 계열사의 상장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로, 현 상황에서는 SK매직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SK네트웍스의 100% 자회사인 SK매직은 지난 2018년 미래에셋대우, KB증권, JP모건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기업공개(IPO)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재무통'으로 알려진 윤요섭 경영전략본부장(CFO)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SK매직의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최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에는 그동안의 노력을 '파이낸셜 스토리'로 구체화하고 자본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회사의 실질적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이를 위해 SK매직의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상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SK바이오팜에 이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연이어 상장했다. SK매직은 후보군에서 완전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자회사 SK매직과 SK렌터카 등과 통합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점, SK네트웍스가 SK매직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모회사인 점 등을 볼 때 최 회장의 구속 여파로 기업가치 평가에 손상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올해 기업공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일은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매직은 렌탈 사업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률이 점차 좋아지는 구조인 만큼 지금 당장 IPO를 서두르기 보다 적절한 시기에 맞춰 진행할 것이란 입장이다.
SK매직 관계자는 "그룹에서 코로나19 시기에 맞춰 다른 계열사들을 먼저 상장시키고 있다"며 "SK매직 사업 구조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만큼 IPO를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IPO를 진행하진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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