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시스플라틴은 대표적 항암제로 꼽힌다. 시스플라틴(cisplatin)은 핵산에 결합해 구조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표적 항암제이다.
1964년에 생물물리학자 로젠버그(Barnett Rosenberg)가 전기장이 박테리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백금 전극 사이에 박테리아를 놓고 전류를 통과시켰더니 세포 분열이 억제된 것이다.
전기장이 아닌 백금을 함유하는 물질이 그 원인임을 발견한 로젠버그와 연구팀은 세포 사멸에 가장 효과적 화합물로 시스플라틴을 발견한다. 시스플라틴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 사멸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인류의 암 정복에 전환점을 가져온 화학 물질이다.
고형암에 대해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었으며 지금도 다른 약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수십 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대표적 항암제 시스플라틴의 새로운 비밀을 찾아냈다. 홍석철 교수 연구팀(고려대 물리학과, 기초과학연구원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이 시스플라틴의 작용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인체의 유전정보가 담긴 이중나선 DNA는 실패에 감긴 실처럼 단백질 복합체를 중심으로 이중나선이 감긴 크로마틴이라는 형태로 고도로 압축돼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내 작은 핵 속에 들어있다.
크로마틴(chromatin, 염색질)은 세포 내에 히스톤 단백질 복합체에 감겨 염주 목걸이 형태를 띠는데 이러한 DNA-단백질이 복합된 상태를 말한다.
인체 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은 이러한 크로마틴 구조가 느슨해지고 팽팽해지는 과정을 통해 조절된다. 시스플라틴이 마치 접착제(fixer)처럼 작용해 크로마틴의 변화를 막아 항암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DNA는 대부분 크로마틴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의 중요한 표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과 결합했을 때 크로마틴의 물성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했다.
크로마틴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성트위저 장비 덕분이었다. 자성트위저는 단일 생체 분자 물성 측정과 제어를 위해 개발된 장비이다. 자석 사이 인력을 이용해서 자석을 부착한 생체 분자에 힘을 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자석에 의한 힘이 공간적으로 균일하고 대단히 안정적이다.
실제 생체 환경에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해 강력한 항암효과를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DNA 표적 기반 항암제의 개발과 효능 측정 장비로 자성트위저를 제안한 이번 연구는 세종대 이남경 교수, 한국과학기술원의 김재훈, 송지준 교수팀, 고려대 김준곤 교수팀과 협력연구로 이뤄졌다.
홍석철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성과는 시스플라틴의 약리적 표적이 순수한 DNA라기보다는 보다 응축된 상위 구조인 크로마틴 형태일 수 있음을 제안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DNA를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항암제의 효능 측정과 작용원리 규명과 강력한 항암제 디자인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해 강력한 항암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유전자 발현을 효과적으로 교란할 수 있는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개발한다면 항암치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성과(논문명: Cisplatin fastens chromatin irreversibly even at a high chloride concentration)는 핵산 분야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11월 24일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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