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룹의 역량과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습니다.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년 전 3조4천억원에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당시 그룹 안팎으로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SK가 반도체 산업 전문성이 없었던 데다 기존 업종들과의 시너지가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탓이다. 또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 격화와 마진 축소,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등을 이유로도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이닉스가 채권단 관리를 받는 부실 기업인데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단 점도 걸림돌이었다.
이에 시장에서도 평가는 냉정했다. 인수를 주도했던 SK텔레콤 주가는 폭락했고 오히려 인수를 포기한 현대중공업, 효성, STX가 승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하이닉스는 시장의 예상대로 SK로 편입된 첫 해에 영업손실 2천273억원을 기록해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그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SK하이닉스를 키웠다. SK하이닉스 인수 후 직접 공동대표를 맡았을 뿐 아니라 인수 첫 해에만 3조9천억원, 2018년에는 사상 최대인 17조원을 투자하는 등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안팎으로 '미운 오리 새끼'였던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오다 최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우뚝섰다. SK그룹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대기업집단 자산 순위에서 사상 처음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SK하이닉스 덕분이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SK그룹에 편입된지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았다. 그 동안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서 2021년 말 기준 95조원으로 6배가량 커졌고, 인수 당시 코스피 10위권 밖이던 시가 총액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매출도 10조3천950억원에서 42조9천97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2조4천100억원을 기록했고 10년간 납부한 누적 법인세만 해도 11조원에 달한다. 지방세 납부도 1조원을 넘었다.
임직원 수 역시 2011년 1만9천601명에서 지난해 3만 명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협력업체들을 포함해 2만5천 개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에는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회사로 거듭났다. 지난해 초 성과급 갈등에 휘말린 후 노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합의하고, 최 회장까지 자신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급여를 자진 반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또 글로벌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7년에는 낸드플래시 강자인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를 완료하며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글로벌 2위로 올라섰다.
특히 1년 사이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과 실적 성장으로 인한 영향으로 SK하이닉스의 공정자산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공정자산은 65조710억원에서 1년새 17.7% 늘어 75조4천39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SK그룹의 공정자산도 대폭 증가했다. SK는 작년 3분기 기준 공정자산 270조7천470억원으로 2020년 239조5천300억원보다 31조2천170억원(13.0%) 증가하며 최초로 대기업집단 순위 2위에 등극했다. 종전 2위였던 현대차를 20조7천330억원 앞서며 3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특히 SK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순위는 SK 3위, 현대차 4위였다. 2006년부터는 SK 3위, 현대차 2위의 순위가 줄곧 이어져 왔으나 16년 만에 순위가 바뀌었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이같은 성장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최 회장의 뚝심 덕분"이라며 "최 회장의 꾸준한 재무적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 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간다는 목표다. 이의 일환으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한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최근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본사 차원에서 미주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또 현지 내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착공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생산라인 확대에 적극적이다. 확장 중인 기존 우시 D램 공장은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구축이 완료되면 D램, 낸드, 파운드리 3개 부문에서 모두 중국 현지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시 공장은 정비를 마치고 본격 가동하게 되면 매월 8인치 웨이퍼 기준 10만 장 이상을 찍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텔의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도 확보하게 됐다.
또 국내에서도 대단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경기도 용인 원삼면 일대에 120조원을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곳은 토지보상 문제,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지연되고 있어 업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시점이 미뤄지면 기존 팹의 확장, 생산성 효율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안 마련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사례는 기업가정신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한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며 "최 회장의 결단력 덕분에 SK하이닉스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이는 SK그룹이 배터리, 바이오 등 더 많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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