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최근 삼성전자에게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국내 재계 1위 기업인 데다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77조7천815억원, 영업이익 14조1천214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9%, 50.5% 증가한 수치다.
역대급 실적에도 삼성전자를 두고 '위기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대표적으로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비전 2030'을 선포했지만, 오히려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주력 제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지난해 6.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2%에서 2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도 신통치 않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19년부터 18% 내외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1위 업체인 TSMC는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M&A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잇단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대형 M&A로 인해 반도체 업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IC인사이츠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M&A를 고려할 때 상위 10개 반도체 업계 순위는 몇 년간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삼성전자도 미래 준비를 위해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하만을 인수한 뒤로 굵직한 M&A가 전무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당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도 올해 초 "여러 사업 분야에서 M&A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좀처럼 속도는 붙지 않고 있다. 총수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됐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는 제한이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청원한 바 있다.
혹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의견은 68.8%에 달한다. 국민들 역시 삼성전자의 위기에 공감한 셈이다.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불발된 만큼 업계의 시선은 차기 정부에 쏠린다.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라도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50년간 반도체업계 제왕으로 군림하던 인텔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 삼성전자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수식어를 떼기 위해서는 총수의 역할이 필요하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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