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16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7층에 위치한 박완주 의원실은 예상대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의원실 보좌진 성추행 의혹 등을 받는 박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됐다. 일과를 마감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창문 가림막 틈새로 보이는 의원실 내부는 컴컴했다. 박 의원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당분간 폐문 가능성이 높은 박완주 의원실을 굳이 찾은 것은 전날(15일) 박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했다",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성추행을 한' 것은 아닌데, 당이 자칫 지방선거를 그르칠까 일단 '제명 당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말인가.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박 의원은 물론 일부 보좌진에게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원실로 가봤지만 헛걸음이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박 의원은 해당 입장문에서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이라면서도 "아직은 그 때가 아닌 듯하다"고 했다. '때'란 지방선거 이후를 지칭하는 듯하다. 그랬다면 애당초 처신을 잘했어야 했다. 그리고 "제명의 길 선택",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글귀를 통해 박 의원의 진짜 '속내', 그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단지 선거에 미칠 역풍 만을 우려해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감내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당장 쫓겨났다고 해서 민주당과 선이 그어지는 것도 아니다.
박 의원 뿐만이 아니다. 그를 내보낸 민주당도 안일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2차 가해 방지·피해자 보호를 위해 제명 관련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던 민주당이 박 의원의 2차 가해성 발언에는 침묵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박 의원의) 모든 발언에 대한 입장을 당이 '건 바이(by) 건'으로 다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소·징계 수위 관련 구체적 내용이나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전형적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 박 의원 사건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 예외 없는 최고 수준 징계를 하겠다"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12일 국회 기자회견)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박 의원 스스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취지에서 이런 입장문을 냈겠지만, 의혹 부인성 발언으로 '2차 가해'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여전히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아닌 것은 아니"라면 무엇이 아니고,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 앞에 이실직고 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이제 당적도 박탈됐다. 제기된 의혹이 억울하다면, 그리고 결백하다면 정치생명을 걸고 소명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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