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법인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대한 개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법 시행 이후에도 구글·애플의 앱 개발사들에 대한 인앱결제 강제 행위가 사실상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앱 마켓에 대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과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서로 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다퉜는데, 지금은 그러한 경쟁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방통위가 정작 구글에 대한 법 집행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는 국회가 결정한 대로 법 집행을 철저히 하기를 요청하고 빅테크 기업들도 한국의 입법부 결정을 존중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면 추가적 입법을 통해, 혹은 정치적 시행 의지(확인 필요)를 통해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법 개정 추진하는 국회 "방통위, 법 집행에 너무 소극적"
조승래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지난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애플이 앱 개발사에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율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앱 개발사 대상 인앱결제를 의무화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려 하자 국회는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구글은 제3자결제를 허용하는 대신 인앱결제 대비 4%p만의 수수료를 감면하는 식으로 고율의 수수료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꼼수'라는 업계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작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은 지난 3월 이러한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수수료는 앱 내에서 결제할 경우에만 적용되기에 앱 개발사들은 기존에는 앱 내 외부링크(아웃링크)를 통해 모바일 웹페이지 등 앱 밖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구글이 아웃링크마저 불허하면서 결국 웹툰·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반영해 최근 일제히 이용권 가격을 인상했다.
방통위는 지난 5월부터 구글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 중이며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실조사 실시를 예고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실제 피해 사례가 나타나야만 해당 법을 통해 앱 마켓 업체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사후규제 바탕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결과적으로 앱 개발사들이 '수수료 폭탄'을 맞았다고 지적한다.
조승래 의원의 발언을 비롯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의 적극성 부재를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방통위 관계자가 토론회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 불참한 점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 방통위 측은 현재 구글에 대한 실태점검이 진행되고 있어 공정성 차원에서 나오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입장이다.
◆국회 고려하는 법 개정 방안은…금지규정 보완·이행강제금 상향
이날 국회에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도 결국 법의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회를 중심으로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져 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3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배척 행태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을 정리했다. 보고서는 우선 방통위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방통위는 더 적극적으로 구글 본사를 설득해 국내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규제 이외에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로도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령에 기재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규정 보완 ▲이행강제금과 과징금 대폭 상향 ▲임시중지 명령제도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금지규정 보완은 시행령상 금지행위의 유형·기준 중 일부를 법으로 옮겨 금지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행강제금의 경우 앱 마켓 사업자들이 사실조사를 위한 자료 등의 제출명령을 불이행할 시 부과되는데, 이를 현행 매출액의 1천분의 3 이내에서 500분의 5 이내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는 국회가 그간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방통위와의 논의 과정에서 제안한 부분들이기도 하다. 다만 방통위는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은 채 관망 중이다. 안정상 전문위원은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있는 금지유형만으로도 충분히 커버 자체는 가능하며 이를 실제 집행하는 방통위가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나오느냐의 문제"라며 "다만 시행령상의 금지행위 유형·기준 중 일부를 모법으로 옮겨 보다 명확하게 규제하는 부분 등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글·애플, 인앱결제 아님에도 결제수수료 부과할 근거 없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꼼수'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발제를 맡은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다른 결제방식을 이용한 모바일 콘텐츠 결제에 대해 앱 마켓 사업자가 수수료를 징수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구글은 최대 26%의 제3자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결제에는 앱 마켓이 일절 관여하지 않기에 수수료를 수취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제3자결제 방식 이용 시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거나 부담하는 서비스·비용은 앱 마켓 이용 대가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구글과 애플 측에서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수수료율 역시 합리적이라고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글이 앱 내 콘텐츠 결제 시 아웃링크를 금지하는 것 역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위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적극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방통위가 현재 구글에 대해 진행 중인 실태점검 역시 아웃링크 금지 행위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중심이다.
토론자로 나선 홍정 국회사무처 법제연구분석과 과장 역시 앱 마켓 사업자들이 법을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앱 마켓 사업자가 두 가지 결제 방식(인앱결제·앱 내 제3자결제)을 허용하면서 다수의 앱 개발사들이 원하는 그 밖의 다른 결제방식을 이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 해석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법 문언만을 기준으로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짚었다.
역시 토론자로 참여한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결국 방통위의 실태조사가 중요하다며, 방통위의 조치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앱 마켓 사업자들의 강제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실태조사가 큰 의미를 가진다"라며 "시장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면 안 되고 계속해서 실태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보며, 이를 통해 연속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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