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편의점 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냉장 온도 인하를 정부가 요구하면서다.
1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4년부터 강화된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편의점 이마트24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게임 '검은사막'과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함께 팝업스토어 '24BLACK'를 열었다. [사진=김태헌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5e29a6e4116c2.jpg)
정부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우유류, 두부의 냉장 보존·유통온도를 0~5도로 강화한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이 같은 냉장 온도 강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수십년 간 현행 제도에서도 특별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이 같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설비를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약처가 들고나온 0~5도 사이의 냉장 온도 강화는 한 여름에도 상가 문을 개방해 놓거나 전기료가 저렴한 해외 일부 국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제도다. 국내 현실상 높은 전기료와 규제에 한 여름에도 편의점 문을 모두 닫고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업계는 현재 냉장 시스템으로도 식품 보관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편의점 업계는 식약처 기준을 맞춰야 할 경우 1대의 콤프레샤(냉매 공급장치)에서 배관을 통해 3~4대의 오픈 쇼케이스에 냉매를 공급하는 현행 시스템을 모두 뜯어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0~5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콤프레샤와 냉장고를 1:1로 연결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전국의 1만여 편의점이 이 같은 공사를 진행하게 될 경우 재시공 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비용은 개인 가맹점주가 대부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도시락과 김밥 같은 '쌀'을 포함한 식품은 10도 이하로 보관될 경우 원재료의 특성상 더 빠른 노화가 진행된다. 김밥 등을 일반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쉽게 딱딱해 지는 것도 이 같은 현상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5도 이하 냉장과 10도 이하 냉장을 별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편의점주들은 냉장 온도를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오른 전기료도 부담스럽다.
편의점 본사 측도 5도 이하로 냉장 기준이 변경될 경우 우유와 두부를 5도 이하로 운송할 수 있는 배송 차량을 추가 도입해야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편의점 업계가 냉장 온도를 낮추면서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제품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이미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돼 제품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이 같은 비용까지 더해 질 경우 물가 인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냉장 온도 인하 정책에 대해 "현행 냉장식품 보존 온도는 위해 우려가 없고 세균 증식에서도 안전하다"며 "규제에 따른 효과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체 소상공인의 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간혹 일부 소매업소에서 발생하는 식품 문제는 대부분 보관상 부주의 때문이고 냉장 보존 온도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지속적 비용 증가에 폐점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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