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민의힘이 5일 상임전국위원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밑작업'을 완료했다.
이날 상임전국위는 당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키로 해 비대위 구성의 명분을 확보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지명을 허가하는 당헌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당원권 정지 징계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권 박탈도 확정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이 대표와 일부 인사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항전 중인데다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비대위 출범을 가로막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여당의 내홍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의에 참석해 상임전국위원들에게 비대위 구성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가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고 있고, 최고위원 4분이 사퇴 의사를 표명해 최고위원회가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당의) 비정상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상임전국위 의장도 위원들에게 "당 진로를 결정할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상임전국위 회의에는 전체 상임전국위원 54명 중 4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29명이, 권 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줄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안에는 26명이 동의했다. 참석 인원 중 과반 이상이 권 대행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태경 의원과 조해진 의원은 전날(4일)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이준석 대표의 직위는 보전할 수 있게 하는 당헌 개정안을 발의해 이날 상임전국위에 상정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안은 10명의 찬성표를 받는 데 그쳤다.
하 의원과 조 의원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면서 이 대표의 당권도 무력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 의장은 상임전국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 지도부가 해산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이것은 현재 당대표 '사고' 유무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의 모든 권리는 박탈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상임전국위에 참석한 하 의원과 조 의원은 비대위 구성과 함께 전개될 앞으로의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하 의원은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는 편법 비대위를 하게 되면 우리 당의 운명이 법원으로 간다"며 "이 대표는 자기방어 차원에서 대응을 안 할 수가 없고, 당내 파워 싸움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의 해임이 정식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당 대표를 해임하는 선례를 남기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비대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잔존해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를 비판하며 저항 의지를 보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를 겨냥해 "이준석을 아무리 공격하고 이준석의 내부총질이라 해도 부질없는 이유는 수많은 자기모순 속에서 이 판을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대표가 내부총질 한다는 문장 자체도 '형용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니었느냐"며 "그런 사람이 대중 앞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만약 국민의힘의 계획대로 이 대표의 당권이 박탈되면 이 대표의 정치적 퇴로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홍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날 상임전국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최종 의결하게 된다. 약 1천여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전국위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ARS 투표 방식으로 표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과반 소집해서 과반 의결 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 전국위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고 한다"며 "코로나로 집합금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ARS 전국위까지 해야 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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