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상장사 주식 종목의 올 3분기 시가총액이 올 초 대비 600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천400곳이 넘는 주식 종목 중 80% 이상이 3분기에 시총이 하락해 개미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2년 3분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 파악된 전체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은 2천575조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3월 말 2천506조원→6월 말 2천95조원→9월 말 1천942조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올 3분기에만 시총 규모가 633조원 넘게 날아갔는데, 시총 하락률만 해도 24.6%나 됐다. 최근 9개월 새 시총 규모가 4분의 1이나 쪼그라든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연초 대비 9월 말 기준 시총 외형이 하락세를 보인 곳은 2천33곳이나 됐다. 이는 조사 대상 2천440여 곳 주식종목의 83.5%에 달하는 비중이다. 375곳(15.4%)는 최근 9개월 새 증가세를 보였고, 27곳(1.1%)은 시총 규모에 변동이 없었다. 국내 주요 주식종목 10곳 중 8곳 넘게 주식가치가 최근 9개월 새 낮아졌다는 얘기다.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주식종목 숫자도 3분기에만 70곳 넘게 줄었다. 올해 초만 해도 시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은 288곳이었으나, 1월 말 273곳→6월 말 226곳→3분기 213곳으로 더 적어졌다. 최근 9개월 새 75곳 주식종목이 시총 1조 클럽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1월 초 469조원에서 9월 말 기준 316조원 수준으로 3분기에만 152조원(32.4%↓) 넘는 시총이 하강했다. 이 외 3분기 시총 규모가 10조원 넘게 감소한 주식종목도 7곳 더 있었다. 해당 종목에는 ▲SK하이닉스 33조513억원 ↓(1월초 93조5천483억원→60조4천969억원) ▲네이버 29조9천389억원 ↓(61조6천824억원→31조7천434억원) ▲카카오 25조6천150억원 ↓(51조423억원→25조4천272억원) ▲카카오뱅크 18조5천255억원 ↓(28조819억원→9조5천563억원) ▲카카오페이 16조7천651억원 ↓(23조2천773억원→6조5천121억원) ▲크래프톤 12조2천197억원 ↓(22조5천248억원→10조3천51억원) 순으로 시총 하락 규모만 해도 10조원을 넘겼다.
이와 달리 2천440여 곳 중 올 3분기에 기업가치가 1조 원 넘게 증가한 곳은 7곳으로 조사됐다. 시총 규모가 9개월 새 가장 많이 높아진 곳은 한화솔루션이었다. 이 종목은 연초 6조7천999억원이던 것이 9월 말에는 9조283억 원으로 3분기에만 2조2천283억원 넘게 상승했다. 고려아연도 같은 기간 9조6천237억원에서 11조8천185억원으로, 2조1천948억원 이상 높아지며 올 3분기에 시총 10조 클럽에 거뜬히 가입했다.
이 외에 ▲현대중공업(1조5천446억원 ↑) ▲KT(1조5천275억원 ↑) ▲한국항공우주(1조5천157억원 ↑) ▲현대미포조선(1조3천180억원 ↑) ▲KT&G(1조434억원 ↑) 역시 올 초 대비 9월 말 시총 덩치가 1조원 넘게 많아졌다.
올 3분기 기준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주식 종목 213곳 중에서도 79.8%에 해당하는 170곳이 시총 규모가 작아졌다. 이 중에서도 77곳은 최근 9개월 새 시총 덩치가 30% 넘게 왜소해졌다. 77곳 중에서도 22곳은 올 3분기 시총이 50% 이상 크게 줄었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는 연 초 6조1천279억원에서 9월 말 1조5천479억원으로 74.7%나 날아갔다. 카카오페이 역시 72%로 크게 낮아졌다.
이 외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68.1% ↓) ▲펄어비스(66.2% ↓) ▲카카오뱅크(66% ↓) ▲SK바이오사이언스(64.9% ↓) ▲하이브(61.5% ↓) ▲일진머티리얼즈(61.4% ↓) ▲솔루스첨단소재(60.6% ↓) 등은 60% 넘게 시총이 사라졌다.
50%대로 주식가치가 하락한 곳도 13곳이나 됐다. ▲넷마블(59.8% ↓) ▲씨젠(56.4% ↓) ▲메리츠금융지주(56.4% ↓) ▲LX세미콘(54.7% ↓) ▲크래프톤(54.2% ↓) ▲한샘(54.2% ↓) ▲DB하이텍(51.4% ↓) ▲LG디스플레이(51.4% ↓) ▲카카오게임즈(51.3% ↓) ▲에스디바이오센서(51.1% ↓) ▲효성티앤씨(50.6% ↓) ▲SKC(50.5% ↓) ▲카카오(50.2% ↓)가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카카오그룹에 속하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 4개 종목이 올 3분기에만 주식가치가 반토막 넘게 쪼개졌다. 이 중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모두 공모가(카카오뱅크 3만9천원·카카오페이 9만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특히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을 따로 떼어 내 '쪼개기 상장'을 반복한 것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경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사이트인 블라인드의 게시판에는 카카오뱅크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우리사주를 최대한 땡겨 8억원 중반에 매수했는데 지금 원금만 4억원 손해"라며 "지금 대리기사 투잡하는 분, 이혼 준비 중인 분, 파혼하신 분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폭락장 속에서도 올 3분기에만 시총 증가율이 50%를 넘으며 미소를 지은 종목도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에스티큐브는 올 초 때만 해도 시총이 2천571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 9월 말에는 1조312억 원으로 9개월 새 시총이 301%나 크게 증가하며 시총 1조 클럽에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삼천리 역시 3천690억원에서 1조847억원으로 9개월 새 194%나 시총이 높아지며 시총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이 외에 ▲대성홀딩스(87.3% ↑) ▲서울도시가스(76.3% ↑) ▲케어젠(75.3% ↑) ▲롯데제과(69.7% ↑) ▲현대일렉트릭(58.9%↑) 역시 올 3분기 시총이 50% 이상 증가한 종목군에 포함됐다.
올해 1월 초와 달리 9월 말에 시총 톱100에 새로 이름을 올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9곳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연 초 시총 124위(2조7천959억원)에서 9월 말에는 72위(4조1천140억 원)로 52계단이나 전진하며 시총 톱100에 새로 합류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 또한 150위(2조3천192억원)에서 98위(2조7천613억원)로 52계단 상승하며 시총 톱100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138위(2조5천112억원)에서 88위(3조1천137억원)로 50계단 앞섰다. 이 외 ▲한국항공우주(108위→60위) ▲BGF리테일(140위→93위) ▲롯데지주(113위→74위) ▲에코프로(130위→92위) ▲호텔신라(114위→96위) ▲한미약품(101위→97위) 역시 9월 말 기준 시총 100대 기업에 포함됐다.
이와 달리 위메이드는 올해 1월 초 64위였는데 9월 말에는 158위로 시총 톱100 명단에서 탈락하는 쓴 맛을 봤다. 또 ▲한미사이언스(94위→119위) ▲아모레퍼시픽그룹(95위→116위) ▲이마트(84위→114위) ▲일진머티리얼즈(66위→113위) ▲메리츠증권(100위→112위) ▲셀트리온제약(79위→110위) 등도 9월 말 기준 시총 100위권 밖으로 처졌다.
올 상반기 시총 상위 톱20 판세도 요동쳤다. 상위 20곳 중 삼성전자(1위)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4위), 현대차(6위), 삼성SDI(7위), 기아(9위), 셀트리온(11위), 현대모비스(13위) 7곳은 올해 1월 초 대비 9월 말 기준 시총 순위 자리를 그대로 지켜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연 초 시총 10위였는데 9월 말에는 32위로 시총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는 같은 기간 14위에서 46위, 크래프톤은 18위에서 29위로 올해 3분기 시총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대로 SK와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은 올 9월 말 기준 시총 톱20에 진입했다. SK는 올 초 시총 순위 21위에서 9월 말 기준 17위로, 한국전력은 27위에서 19위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총 톱10에서는 LG화학과 카카오 시총 순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LG화학은 연초 8위에서 9월 말에는 톱5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카카오는 올 초 톱5였는데 9월 말에는 10위로 5계단이나 후퇴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9월 말 기준 시총 상위 20위권에 있는 대장주 주식종목들의 주식가치가 대부분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침체기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문제는 주식가치가 다시 반등하더라도 세계정세가 더욱 복잡해지고 국내 실물경제도 점점 나빠지고 있어 내년 중에 올해 초 수준으로 주식시장이 회복 가능할 지는 미지수여서 주식보다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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