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승진 후 첫 임원 인사를 통해 '성과주의'와 함께 '세대교체' 메시지를 내놨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만큼 '안정 속 혁신'을 기조로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시킨 한편, 임원은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성장 잠재력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해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6일 이 같은 방향에서 부사장, 상무와 펠로우(Fellow), 마스터(Master)에 대한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임원 인사 규모는 직전(총 198명)보다 소폭 줄어든 총 187명이다. 부사장 59명을 포함해 상무 107명, 펠로우 2명, 마스터 19명 등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상무(3명)∙40대 부사장(17명) 등 젊은 리더들은 이번에도 다수 배출됐다. 전체 승진 인사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지난해 10명보다 올해 70% 증가했다. 이 회장과 함께 '뉴 삼성'을 이끌 젊은 리더를 대거 기용해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40대 부사장은 모바일과 반도체 부문에서 대거 나왔다. DX부문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 문성훈 부사장(48세)이 대표적 인물로, 갤럭시 S 시리즈, 폴더블폰 등 삼성전자 주력 제품의 H/W 개발을 주도하며 신규 기술 발굴에 기여하는 등 모바일 비즈니스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S부문 S.LSI사업부 모뎀 개발팀장 이정원 부사장(45세)도 이번에 함께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모뎀 시스템 전문가로, 모뎀 알고리즘 개선 및 설계 최적화 등을 통해 5G 모뎀 성능 향상 및 모뎀 제품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30대 상무들도 다수 나왔다.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H/W기술그룹 배범희 상무는 37세로, 세계 최초 RF 신호전송, 플렉서블 PCB 등 미래 주력기술 확보와 다수의 논문·특허를 출시해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번에 승진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1팀 이병일 상무는 39세로, 플래시 제품개발 전문가로서 신공정 이해도와 최적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V낸드 신제품 적기 개발 및 제품 특성 개선 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삼성전자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혁신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성 및 외국인 발탁 움직임도 지속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2월 인사에서 11명을 발탁한 이후 2020년 1월 9명, 2020년 12월 10명, 2021년 12월 17명 등을 승진시키며 꾸준히 여성과 외국인 비중을 늘려 왔다.
여성 인재 중에선 DX부문 VD사업부 서비스 PM그룹장 안희영 상무가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 상무는 스마트 TV 기반 앱 스토어 및 플랫폼 기획, 상품화를 주도한 주역으로, TV 플러스 확산 및 게이밍 허브 출시 등 서비스 매출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함께 승진한 DX부문 VD사업부 구매3그룹장 한글라라 상무는 회로, 반도체, 패널 등 전 부품에 걸친 전문성을 보유한 구매 전문가로, 원자재 수급 다원화, 반도체 자재 선행확보 등 공급 리스크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 받았다.
DX부문 중남미총괄 코스타리카지점장 손영아 상무는 중남미 시장 생활가전 영업 경험이 풍부한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코스타리카 매출 확대 및 M/S 개선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UX 디자인 역량기반의 CX 전략 기획 전문가인 DX부문 MX사업부 CX전략그룹장 왕지연 상무는 갤럭시 브랜드의 고객 경험을 정의하고 원(One) UI 전략을 수립하는 등 소비자 경험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 받아 이번에 승진했다.
이 외에 DX부문 MX사업부 마케팅전략그룹장 김세진 상무, DX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 전략그룹 안주원 상무, DS부문 반도체연구소 DRAM공정개발팀 이금주 부사장, DS부문 S.LSI사업부 디자인 플랫폼 개발팀 강보경 상무,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DRAM PIE2그룹 송보영 상무 등도 여러 성과를 인정 받아 함께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산 가속화를 위해 이번에 글로벌 전략실 출신의 우수 외국인 인재도 전략적으로 현장에 전진 배치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총괄 TV 영업관리 총괄인 DX부문 VD사업부 SEAVO 저메인 클라우제(Germain Clausse) 상무가 대표적으로, 동남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시장에서 TV 매출 성장세를 견실히 유지하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번에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주의 원칙 하에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보강을 위해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며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발 앞서 도전적으로 준비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수 있도록 젊은 리더와 기술 분야 인재 발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두고 이 회장이 지난 10월 취임과 함께 제시한 삼성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해석했다. 앞서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인재경영, 기술경영, 조직문화혁신, 상생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전날 사장단 인사에선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키로 하며 조직 안정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엿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종희 DX(디바이스 경험·Device eXperience) 부문장 부회장은 스마트폰·가전 등 DX사업을 이끌고 있고, 경계현 DS(반도체·Device Solution) 부문장 사장은 반도체 사업 전반을 맡고 있다.
7명의 신임 사장을 내부 승진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선 기술인재, 성과주의에 대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힘을 쏟아 온 네트워크 사업과 반도체 사업 성장에 이바지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올렸다는 점에서다. 네트워크 사업의 성장에 기여한 김우준 부사장과 반도체 사업의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남석우·송재혁 부사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회장은 그 동안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등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사장단 인사 규모도 작년 12월 인사보다 두 배로 커졌다. 지난해엔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최경식·박용인·김수목 사장 3명의 인사만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안정성에 초점을 둔 인사를 한 배경에는 외부 위기 상황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고환율, 고물가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조직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좀 더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반도체·가전·모바일사업 3개 부문 대표를 한꺼번에 바꾸며 DX와 DS 체제로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선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CEO 교체는 다소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위기 돌파를 위해 수장을 교체하는 대신 조직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생활가전사업부 임원들이 다른 사업부에 비해 이번 승진 대상에 많이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선 '신상필벌'에 대한 이 회장의 메시지도 읽힌다. 사장단 인사에선 생활가전사업부에서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원 인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없었다. 대신 지난 7월부터 논란이 된 '세탁기 파손 사태'와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어 부사장급 일부 임원들은 오히려 최근 퇴임 통보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세탁기 파손 사태'로 삼성 가전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줬다고 보고 생활가전사업부에는 매섭게 칼질을 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는 회사 내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나 네트워크 등에 집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이른바 '60세 룰'을 앞세워 내년 만 60세 이상이 되는 부사장급 인사 상당수도 이번에 퇴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1일 해외법인에 이어 다음 날인 2일에 국내 사업장 내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을 통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며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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