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노동개혁 과제 발굴을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週)' 단위에서 '연(年)' 단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자 경제계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다만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논의와 노조 쟁의행위를 근절하는 강력한 대응이 빠져 있어 내용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1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공정화 방안을 담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핵심 현안인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논의가 빠진 점,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와 사용자의 대체근로 허용이 추가과제 제안에 그친 점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문에는 현재 '기본 40시간, 최대 연장 12시간'인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이 담겨 있다. 연장근로시간 산정 단위를 현행 '주'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할 뿐 아니라 업종별, 사업장별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노사가 선택, 활용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또 어떤 주에는 현행 '주 12시간' 연장근로관리시간보다 더 길게 적용하고, 다른 주엔 없애버릴 수도 있도록 유연하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근로자 피로도 관리를 위해 분기별로 현행법상 156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이의 90%인 140시간까지만 허용토록 조절하는 내용도 권고문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추 본부장은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분기 단위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월 단위 대비 90~70%로 감축토록 한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권고문에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휴가로 쓰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변호사, 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초과 근로수당도 주지 않는 '예외'를 두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추 본부장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에서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하는 경우 현행 가산수당보다 높은 수준을 적립토록 한 점은 기업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미 한국의 가산수당은 50%로 일본과 프랑스, 독일, 영국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일본은 연장·야간엔 25%, 휴일엔 35%를 각각 적용한다. 프랑스는 25~50%, 독일·영국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 모두 한국보다 낮다.
전반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 노조의 직장점거를 근절하는 강력한 제어장치 등이 빠진 점도 아쉽다고 했다.
추 본부장은 "한국의 노사협력지수는 141개국 중 130위에 해당할 정도로 후진적"이라며 "빈발하는 노조의 직장점거 등으로 매년 산업계 손실이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정책반영 단계에서는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보다 선진적인 개혁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총도 권고안이 대체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로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시 현재보다 가산수당 기준 상향 조정 방안은 제도 활용을 제약해 제도개선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입법 추진 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혁 과제'와 관련해선 "현재 연공형 임금체계가 신규채용과 중고령자 고용유지, 공정성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아 개인의 직무·능력과 연계된 새로운 임금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며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제공 확대, 중소기업 임금체계 구축 지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의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분 근로자대표제도'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제도는 특정 직군이나 직종과 임금체계를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일부 직군부터라도 직무 특성과 개인 성과가 반영되는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구상이다. 연구회는 연공형 임금체계 하에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도 높아진다고 봤다.
이를 두고 경총 관계자는 "'부분 근로자대표제도'를 명확하게 도입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러한 제도 개선 만으로 산업현장의 임금체계 개편 확산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할 뿐 아니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도 앞으로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떨어뜨려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훼손하고, 일자리와 소득 격차에 따른 사회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시켜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한 번 채용되면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임금은 자동적으로 올라가고, 엄격한 해고보호제도로 인해 웬만한 잘못이 없는 한 해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경총 관계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함께 고용규제 완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고임금 안정과 대·중소기업의 자율적 상생협력 확산 등의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급격한 규제로 인건비 부담 가중에 따른 경영악화를 초래해 소기업 근로자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는 등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우려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에 대해 노사 간 자율적 합의와 다른 사법적 판단으로 산업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봤다. 이에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에 대한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 그 효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미비하다고 봤다. 경총 관계자는 "파견법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재단하고 일자리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파견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파견과 도급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견대상을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이념적·전투적 노동운동과 경직적 노동법제도는 노사관계와 국가경쟁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며 "우리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제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등 노동법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개선함으로써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발표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노동개혁 권고문을 대체로 긍정 평가했으나, 개혁과제가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로시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선 근로시간의 자율적 선택권 부여라는 개혁취지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향후 특별건강검진, 연속휴가 보장, 의무휴일 등 다양한 보호방안 중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정부가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추진의지를 밝히고 출범시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안을 발표함으로써 노동시장 개혁의 토대가 마련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추가 과제로 제안된 후진적 노사관계제도의 개선은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혁과제와 함께 추진돼야만 실질적 노동개혁이 완성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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