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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신상필벌 약발 통했나…삼성 파운드리, 낸드 매출 첫 추월


수율 논란 후 올해 6월 반도체 임원 대폭 물갈이…곧바로 3분기 성과로 이어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초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논란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곤욕을 치렀던 삼성전자가 올해 6월 특단 조치로 실시한 대규모 임원 인사 효과를 톡톡히 보는 눈치다. 새롭게 배치된 임원들을 중심으로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지난 3분기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플래시 사업을 사상 처음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김성진 기자]

14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3분기 매출은 55억8천400만 달러(7조4천881억원)로 집계돼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매출 43억 달러(5조7천654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를 웃돈 것은 2017년 파운드리 분사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선전은 낸드플래시보다 시황에 덜 민감한 데다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관련 '맞춤형 칩' 수요가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커진 1천321억 달러(약 172조원)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저장장치 용도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의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최근 PC, 스마트폰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주요 공급 업체도 5개가 넘는다"며 "3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D램과 달리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파운드리 산업은 메모리에 비해 적용 분야가 광범위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일반적이어서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하다. 또 설계(팹리스), 생산(파운드리), 포장(패키지) 등 생산공정이 분업화 돼있고, 고객사와 장기간에 걸친 계약을 맺고 제품을 제조한다는 측면에서 경기 변동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번 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달성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일각에선 올해 6월 삼성전자가 수율 이슈로 경영진단을 받은 후 파운드리 사업부 핵심 임원을 대거 교체한 것이 곧바로 성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부사장급 10여 명을 비롯해 반도체 부문 주요 임원 20여 명을 교체한 동시에 리스크 컨트롤타워 조직을 만든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5nm 공정부터 제기된 수율 이슈가 4nm 라인까지 이어지며 경쟁사인 TSMC에 고객사인 퀄컴을 빼앗기는 후폭풍까지 겪었다. 퀄컴은 삼성전자 4nm라인에서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AP) '스냅드래곤8 1세대'를 공급 받다 수율 논란 후 '스냅드래곤8 2세대'를 TSMC를 통해 생산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DS 부문 신임 반도체 연구소장에 송재혁 당시 부사장을 선임했다. 반도체 연구소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R&D) 핵심 조직으로 차세대 공정·소재·구조설계 등을 연구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 주요 임원도 교체됐다.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는 남석우 당시 부사장이 선임됐다. 남 부사장은 기존 맡았던 DS부문 CSO 및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을 겸직했다. 파운드리기술혁신팀장에는 김홍식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후 파운드리에서 성과를 보이자 남석우 부사장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곧바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세계 최초로 D램 유전막 개발과 20나노 D램 개발 등을 주도해 반도체 매출 극대화에 기여한 인물로, 공정과 제조, 인프라, 환경안전 분야의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송재혁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함께 사장으로 승진해 반도체 사업 CTO로서 반도체 전 제품의 선단공정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여전히 TSMC에 뒤처져 있다는 점과 업계 1위인 TSMC와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가 11.1% 성장하는 동안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중국 SMIC는 0.2~4.1% 성장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마이너스(-) 0.1% 역성장했다. 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5%, TSMC는 56.1%로, 두 회사의 격차는 지난 2분기(37%p)보다 더 벌어져 40.6%p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4nm 공정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생산 능력 측면에선 TSMC보다 뒤처져 있어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수요를 맞추는 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3㎚를 앞세워 TSMC보다 빠르게 미세공정 양산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향후 시장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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