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해 마지막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민간 해결이 어렵다는 사업자 고충에도 국회 차원 움직임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과방위는 27일 오전 제401회 국회(임시회) 1차 전체회의를 개의했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비롯한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안,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등 법안 1·2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이번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글로벌 CP 간 망사용료 분쟁 해결을 위한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이 발의하며 개정에 동의했던 개정안이다. 올해 상반기 한 차례 심사가 진행된 이후 하반기 들어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결과적으로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 채 법안2소위에 계류됐다.
앞선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발에도 불구하고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 처리했다. 절대 다수 야당이라는 의석 수를 앞세워 표결에 부친 결과다. 당시 박성중 여당 간사는 "반대 토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표결이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진전이 없는 이유를 두고 과방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과방위원장 등 제1야당 일부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당초 망 분쟁 이슈는 민주당 제21대 총선(2020년 4월) 중앙 공약이자 이재명 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22대 민생법안으로도 지정됐지만 실제 행보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구글 유튜브 공세로 여론이 악화되자 입법을 추진하려던 민주당이 동요했다. 앞서 정청래 위원장은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일"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SNS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갈피를 잃은 듯한 기류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포착됐다.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열린 과방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강종렬 SKT ICT 인프라담당(사장)에게 "망사용료는 민간에서 해결할 일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에 강 사장은 "시장의 균형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입법이 고려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발언해야 했다.
장 의원 발언과 달리 망사용료 분쟁은 민간에서 해결될 수 없는 상태다. 앞서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자 SK브로드밴드(SKB)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하면서 재정 절차를 건너 뛰었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1심 패소에 따라 항소에 나서기도 했다.
망사용료법 또한 방송법 개정안처럼 시급히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에서 정부로, 정부에서 법원으로의 절차를 이미 거쳤기 때문이다. 남은 건 국회 차원 의견 수립과 법안 처리 탄력화다. 민간에서 해결이 어려운 만큼 민주당 내 의견 조율을 통해 내년도에는 법안소위와 상임위 안건에 올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 측은 해당 법안에 대해 아직 반대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오히려 간사(박성중 의원)가 법안에 대한 민주당 입장이 정확하게 무엇이냐며 반문했을 정도"라며 "제1야당 결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흐지부지된다면) 공약에 대한 무책임성,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투자 등한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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