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과도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대기업 중 ESG 위원회를 설치한 곳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된 ESG 위원회의 위원 중 80% 가까이가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사내이사들의 참여가 낮았고, 위원회 회의 개최도 분기 1회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들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55개 기업들의 ESG위원회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운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44.5%인 158개 기업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6개 기업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었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같이 ESG기능을 하는 유사 위원회를 운영하는 기업이 22곳이었다.
ESG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기업들을 업종으로 보면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지주사들과 통신 3사들은 모두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공기업 10개 사 중 7곳도 ESG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었고, 조선 기계설비 업종의 19개 기업 중에선 13개 기업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증권업과 운송업에선 각각 66.7%, 식음료업에선 60.9%, 유통업에선 55.6%, 보험업에선 50.0%로, ESG위원회가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기업이 50%를 넘었다.
반대로 제약과 여신금융에선 18.2%, 자동차 및 부품업에선 22.2%, 철강업에선 26.7%, 석유화학에선 30.6% 등으로 이들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는 158개 기업 중 위원장은 138명으로 위원장이 없거나 임명되지 않은 곳이 20곳이었다. 138명의 ESG위원장 중 127명은 사외이사들이 맡고 있으며 사내이사 위원장은 8.0%인 11명에 불과했다. 138명의 ESG위원장 중 여성위원장은 30명으로 전체의 21.7%로 이들 기업의 전체 사외이사에서의 여성 비중인 14.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사내이사로 ESG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두 곳이 유일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2021년 출범 당시는 위원장으로 시작했지만 작년에 위원장과 위원에서 사직하며 2022년에 위원장이 최세정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이 외 사내이사가 ESG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업으로는 OCI, 농심, 롯데렌탈, 미래에셋생명, 신영증권,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오뚜기, 이랜드월드, 한국타이어테크놀러지 등 오너 사내이사를 포함해 모두 12곳 이었다.
138명의 ESG위원회 위원장들의 출신이력을 분석해 본 결과, 현직 교수들이 52명으로 37.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관료출신 31명(22.5%)이었으며 재계 23명(16.7%), 법조 10명(7.2%) 순이었다.
158개 ESG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은 모두 657명으로, 사외이사가 전체의 77.5%(509명)를 차지했다. 사내이사는 148명(22.5%)인 것으로 집계됐다. 위원들 중 여성은 114명(17.4%)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지난해 ESG위원회가 운영되는 기업들의 평균 위원회 횟수는 1.8회로, 분기 1회 이하였다"며 "안건의 대부분인 83%가 결의 사항이 아닌 보고사항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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