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슈퍼 을'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네덜란드가 가세해도 올해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SML은 아직 제재안이 확정되지 않아서 단기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미국의 대중규제에 네덜란드가 동참해도 올해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규제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구체화하고 법제화돼야 한다"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7일 워싱턴DC에서 네덜란드·일본과 일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에 합의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후 ASML과 도쿄일렉트론, 니콘 등 첨단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 수출 통제 동참을 촉구해 왔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이번 합의를 통해 ASML과 니콘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을 예정이다.
ASML은 규제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실적에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규제 대상,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ASML은 지난해 연간으로 매출 211억7천300만 유로(약 28조4천100억원), 순이익 56억2천400만 유로(약 7조5천500억원)를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3.8%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4.4% 줄었다.
반도체 불황 속에도 ASML은 성장 곡선을 그렸다. ASML은 전 세계 노광장비 1위 업체다. 반도체 제조사에 장비를 납품하는 을의 입장이지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대기를 하며 장비를 구매하고 있어 '슈퍼 을'로 통한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ASML의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SML은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ASML은 올해 1분기 매출이 61억~65억 유로(약 8조1천900억~8조7천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전년 동기보다 72.6~83.9% 큰 폭의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ASML이 예상대로 이정도 성적을 거두더라도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반도제 장비 업체들은 규제안 발표 이후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ASML도 매출의 30% 가량이 중국에서 나왔다.
램리서치는 규제 발표 후 올해 매출이 20억∼25억 달러 정도 감소하다고 예상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2023 회계연도에 매출 25억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장비 시장도 위축되고 있는데 수출규제까지 터진 형국"이라며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막히면서 장비 업체들이 다른 매출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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