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주는 더 넓은데 우리나라 우주는 매우 답답하고 좁은 공간에만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두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를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시대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든 지금 우주는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우주 전담 정부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그 과정과 끝에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이다. 조성경 대통령실 전 과학기술비서관이 주도적으로 우주항공청 관련 특별법 마련에 관여한 바 있다. 조 비서관은 올해 7월 초 과기정통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실세 차관’이란 타이틀을 얻으면서 우주항공청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실세 차관이 왔음에도 여전히 우주항공청과 관련해 실마리를 찾기 보다는 불협화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만들고 특별법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특별법의 핵심은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만들고 과기정통부 산하에 두며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대통령) 사무국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정부 특별법이 공개되자 우주전문가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 부처 외청으로는 다가올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두고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위원장 조승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관련 연구원 실무진과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주항공청 신설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한 세 가지 안건에 대한 전문위원의 보고가 있었다. 우주항공 거버넌스와 관련해 조직의 장은 ‘장관급이 아닌 그 이하로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세 가지 안으로
△과기정통부 소속 차관급으로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되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과기정통부 장관)을 폐지하고 우주항공청장이 간사 역할을 하는 것
△과기정통부 소속이 아닌 우주항공처를 신설하고 기관장은 장관급과 차관급 중간(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본부장과 비슷)으로 하고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 역할 하는 것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항공청(차관급)으로 하되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은 우주항공청장이 맡는 것 등이 보고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우주전문가들은 △외청이 아닌 장관급 조직(우주전략본부 등) △특정부처 중심이 아닌 국가 우주전략 통합조직 등을 주장했었다.
이날 안전조정위원회에서 나온 내용을 놓고 본다면 민주당이 주장했던 기존 안은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장관급’의 독립 부처를 줄곧 주장했는데 이날 전문위원이 보고한 내용은 ‘장관급 이하’로 후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우주 관련된 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정부 거버넌스와 별개로 독립적 연구원 설립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총리실 산하에 이른바 ‘국가우주전략기획원(기획원)’ 설립을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다. 기획원은 △국가 우주사업에 대한 전략적 검토 △조정과 자문 △추진 전략 제언 △탐색적 시범사업(파일럿 사업) △민관 전문적 협력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기획원은 크게 4그룹으로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발사체 전략그룹을 시작으로 △위성체 전략그룹 △우주탐사와 활용 전략그룹 △각 그룹을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또 하나의 그룹 등으로 구성하자는 거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일본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우주관련 거버넌스를 바꿨는데 이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2008년 우주 관련 정책을 문부성에서 내각의 우주개발전략본부(본부장 총리)로 개편했다”며 “이후 2012년에는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를 문부성에서 총리실로 이관했고 문부성과 경제산업성 주무대신이 공동참여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우주업계 A 연구원은 “과기정통부는 우주개발과 정책 추진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으로 우리나라 내부(內部)에서는 받아들여지는데 미국 국무부는 물론 전 세계 우주전문기구 등 외부(外部)로부터는 협력 파트너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주는 이제 일개 부처의 권한이 아니라 전 부처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런 실정임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 부처의 권한으로만 한정해 고민하다 보니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승래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 의원의 주문은 △우주항공청 수준으로는 불가 △범부처 이견조정과 전략 통합 가능한 거버넌스 필요 △산하 관계기관(항우연, 천문연, 국방과학연구소 등) 구체적 재설정 등에 있다.
조승래 의원실 측은 “지금 우리나라 우주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부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우주관련 정책과 이견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과기정통부가 이 같은 흐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과기정통부 외청으로만 국한해 판단하고 있다 보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주 경쟁은 1960년대부터 특정 기간 동안 풍미했던 이슈가 있었다. 1960년대는 미국과 소련 체제의 경쟁시대였다. 1980년대는 우주개발 선점경쟁시대였고, 2000년대는 미국 주도의 국제협력 시대였다.
이어 국제우주정거장(ISS) 시대를 지나 2020년대는 스페이스X 등 민간주도 시대를 맞았다. 앞으로 2040년까지는 아르테미스(유인 달착륙 프로젝트), 화성 인류 착륙 등 유인 탐사 시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40년 이후부터는 ‘붉은 행성’ 화성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 연구원은 “우주전략은 지난 60년 동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실정에서 우리나라 우주 거버넌스를 고민할 때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생존하고 적절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 내(內)가 아닌 외(外)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