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 카드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반출 허용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익에 손해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지도 서비스 화면 예시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e845b21f153aaf.jpg)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구글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건이 협상 카드로 검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구글은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한국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1대 5000 축척(지도에서 1cm는 실제 지표에서 50m와 같음)의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업계는 세금이 투입된 지도 데이터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익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지도 품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철강 등 한국 주요 수출품에 부과된 25%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의 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 관세 협상의 수단이 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은 보안 시설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가림(블러)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좌표를 제공하면 얼마든지 주요 시설을 식별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허용이 되면 다른 해외 기업에서도 데이터를 요청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게자는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등 향후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며 "구글이 국내에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관련 시설은 두지 않고 데이터만 취하게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반발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중대한 사안이 급하게 결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통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협의의 핵심은 제조업이 중심이 되는 상품 무역 부문인 만큼 지식 서비스의 일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이번 의제로 다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하면 상품을 넘어 서비스 부문으로 아젠다를 확장해 한국의 대미(對美) 지식 서비스 무역 적자 규모 등을 근거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상호 관세율 25%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문제 제기를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압박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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