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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5N1 조류인플루엔자, 포유류에 치명적 이유 있었다 [지금은 과학]


IBS 연구팀, 인수공통바이러스 대응 위한 기초 마련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만 유독 치명적 이유가 드러났다. 특정 아미노산 변이가 포유류 적응성․병원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감염 확산과 병독성 메커니즘을 구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 연구팀이 북미에서 유행한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 치명적 병원성(pathogenicity)을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했다.

H5N1 바이러스는 단순히 호흡기 감염에 그치지 않고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전신으로 퍼지며 뇌까지 침투하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팀은 특정 변이가 전신 확산과 신경계 침투를 매개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국내 연구팀이 북미형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전신 확산 작동원리를 알아냈다. [사진=IBS]
국내 연구팀이 북미형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전신 확산 작동원리를 알아냈다. [사진=IBS]

2022년 북미에서 보고된 H5N1 조류인플루엔자는 전신 확산과 높은 치명률을 특징으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알려져 있다. 2024년 3월 이후 미국 10여 개 주의 낙농 농가에서 젖소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된 젖소의 젖에서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검출되면서 모유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같은 시기 고양이 등 다른 포유류뿐 아니라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국제 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잘 적응하고 치명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북미형 H5N1 바이러스(GA/W22-145E/22)와 한국에서 확보한 유라시아 계통의 동일 아형 바이러스(KR/W811/21)를 비교해 병원성 차이를 분석했다. 북미형은 페럿 (ferret) 감염 모델 실험에서 7일 이내 100% 치사율을 보였다.

뇌와 림프절을 포함한 전신 감염을 일으켰다. 젖을 분비하는 유선까지 감염이 확산돼 모유 매개 전파 가능성도 확인됐다. 반면 유라시아형은 호흡기 감염에 국한되고 병원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수준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추적하는 분석을 통해, 북미형 바이러스가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검출됨을 확인했다. 이어 북미형에서 발견된 두 아미노산 변이(PB2-478I, NP-450N)를 유라시아형 아미노산으로 바꿔 제작한 바이러스의 감염 실험 결과, 병원성이 크게 약화되고 감염이 호흡기로 제한됐다.

바이러스 복제 효율 측정 실험에서 두 변이가 바이러스의 유전체 복제 효율을 높여 포유류 세포 내에서 복제력이 강화됨을 확인했다. 이는 두 변이가 H5N1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병원성 강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출산한 페럿 감염 모델을 이용해 모유 전파 가능성도 검증했다. 감염된 어미의 뇌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신 확산이 확인됐다. 유선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실제로 모유를 통해 새끼로 전파되는 양상까지 관찰됐다.

변이를 제거한 바이러스에서는 이러한 확산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북미에서 보고된 젖소 집단 감염과 모유 매개 전파 우려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앞으로 인체와 가축 사이 교차 감염 위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김영일 연구위원은 “H5N1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전신으로 퍼지고 신경계까지 침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인체의 방어 체계를 오히려 확산의 경로로 삼는 새로운 병리 메커니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바이러스의 전신 확산 경로를 겨냥한 치료 전략 개발과 인수공통바이러스 대비 전략 마련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기 소장은 “이번 연구는 특정 변이가 바이러스의 적응성과 병원성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성과”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새로운 팬데믹의 잠재적 위협인 만큼 지속적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할 감염병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PB2 and NP of North American H5N1 virus Drive Immune Cell Replication and Systemic infections)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발간 다학제 분야 대표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9월 27일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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