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노트북PC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세계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이 정면 대결을 준비 중이다.
두 업체 모두 신개념 노트북을 위한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거의 동시에 선보여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삼성전자다. 인텔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차세대 노트북 플랫폼 산타로사 출시를 5월로 예정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한 발 앞서 비슷한 기능을 가진 하이브리드 HDD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내 스토리지사업부는 지난 3월부터 낸드플래시와 HDD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HDD를 노트북 업체들에게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는 지난 23일 업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HDD가 장착된 노트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HDD는 내장된 낸드플래시가 CPU로 전송될 데이터를 잠시 보관하는 임시저장소, 즉 버퍼 역할을 해 디스크의 회전수를 줄이고 노트북의 배터리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대기 상태에 있던 노트북도 빨리 부팅시켜준다. 배터리라는 한정된 전력을 이용하는 노트북에 최적화된 신개념 디스크인 셈이다.
한발 늦은 인텔은 하이브리드 HDD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술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 발표되는 차세대 노트북 플랫폼 산타로사에 포함되는 터보 메모리가 그 주인공이다. 인텔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IDF(인텔개발자회의)서 산타로사의 사양을 공개한 바 있다.
과거 랍슨기술로 알려졌던 터보메모리는 노트북에 장착되는 낸드플래시 부품이다. 터보메모리 역시 하드디스크에 비해 월등히 빠른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해 PC의 부팅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인텔은 하이브리드 HDD로 삼성전자가 공세에 나서도 노트북 제조를 위한 관련 부품의 패키지 격인 플팻폼을 판매하는 만큼 터보메모리 확대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측 관계자는 "터보메모리 보다는 하이브리드 HDD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며 향후 시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노트북 업체들의 선택따라 희비 갈릴 듯
문제는 노트북 업체들이 판가 상승 부담과 비슷한 용도 때문에 두 가지 신기술을 동시에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기술이 대세를 이루면 다른 기술은 침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트북 업체들이 어떤 기술을 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텔과 삼성전자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술 모두 낸드플래시 탑재 용량이 많지 않아 원가 상승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기술 모두 실 판매가 기준 10만원 이하의 가격 상승요인이 있다는 것이 PC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지금까지 D램과 CPU 로 나뉘어 협력관계나 마찬가지였던 양사의 입장이 이번 하이브리드 HDD와 터보메모리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브리드 HDD는 낸드플래시로만 이뤄진 SSD(Solid State Disk)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면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최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스토리지 사업부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HDD가 수익성 확보에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인텔 역시 최근 SSD 생산에 나서고 있어 터보메모리로 하이브리드 HDD를 견제할 경우 삼성에 비해 다소 뒤진 SSD 분야에서도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터보메모리가 성공하면 향후 SSD까지 연계해 마이크론과 합작해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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