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피정책이 혼선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업계도 위피 의무화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혼란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피 의무화에 대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정작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피 의무 탑재를 둘러싸고 이동통신사는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행 위피 탑재 의무화가 외국산 휴대폰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통업계 시각과, 의무화를 통해 국내 시장 주도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휴대폰업체의 이해가 맞서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부는 물론 관련 업계조차 위피를 둘러싸고 시각차를 보이면서 이들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위피 탑재 의무화 규정을 폐지, 다양한 휴대폰이 국내에 들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해도 현재의 정부정책이나 이의 폐지를 강조하는 이통사의 콘텐츠 정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 "위피 의무정책은 '우물안 개구리' 만든 것"
이동통신사는 위피 의무 정책이 '우물안 개구리'를 만든 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세대(3G) 통신 서비스가 일반화 되면서 글로벌 로밍 등으로 전 세계가 단일 통화권으로 바뀌고 있는 현재, 정책적인 지원만으로는 국산 플랫폼 채택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위피 때문에 더 큰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 플랫폼인 노키아의 S시리즈(S30, S40, S60 등)의 경우 국내에서 심비안과 S시리즈 플랫폼 개발이 가능한 회사는 단 2개. 하지만 이마저도 S시리즈 개발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모바일 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진흥책에만 기대다 보니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보이고 더 큰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돈이 되는 정부, 이동통신사의 과제에는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지만 경쟁이 심한 심비안, 윈도모바일 등의 오픈플랫폼 시장은 아무도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위피 의무화 정책이 국내 솔루션 업체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계 시장 환경을 위해서도 위피 의무화 정책을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위피는 외산 단말기 진입장벽 외에는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의 기회가 없는 위피에 매달리기 보다 모바일 산업 전반을 진흥하는 쪽으로 정부 지원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위피 의무 정책 지켜져야"
휴대폰 제조사들은 외산 단말기 진입장벽 중 하나인 위피 의무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출용 휴대폰과 내수용 휴대폰을 함께 개발할 수 있어 개발비용이 절감될 수 있으나 결국에는 평균판가(ASP) 하락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위피 의무화가 폐지된다고 해서 수출용과 내수용 휴대폰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이통사마다 플랫폼이 다르면 연동 기간도 길어져 단말기 개발 기간과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산 단말기의 무분별한 유통과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위피 의무화 정책은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대폰 업계는 당장 외산 휴대폰이 도입된다 해도 내수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를 노린 외국산 제품들이 내수 시장에 들어올 경우 이에 대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업계 이기주의에 소비자 주권은 실종"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소비자 주권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위피 의무화를 폐지해 다양한 외산 단말기가 수입되는 것은 필요하나 이동통신사의 콘텐츠 서비스 정책이 지금처럼 폐쇄적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 위피 의무 탑재 반대 서명중인 한 네티즌은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의 단말기를 선택할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지만 위피 의무화라는 명목으로 무시되고 있다"며 "소비자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위피 의무화 탑재를 폐지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폐쇄적인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는 한 외산 단말기 도입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LG전자에서 출시한 500만 화소 카메라폰 '뷰티'는 해외 출시 제품에는 디빅스(DiVX)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PMP 기능이 내장됐지만 국내에서는 이통사들의 반대로 빠졌다.
삼성전자 역시 해외 출시 제품은 MP3 파일을 PC에서 바로 옮길 수 있는 뮤직폰을 내 놓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멜론, 도시락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일 변환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다음의 한 네티즌은 "이통사가 외산 단말기가 들어와도 자사 음악서비스와 동영상 서비스를 고집하는 한 소비자의 불편은 계속될 것"이라며 "위피 의무화 탑재도 문제지만 이통사의 폐쇄적인 콘텐츠 서비스 정책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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