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양 야후 창업자가 17일(현지 시간)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합병 협상이 다시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제리 양이 야후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MS와의 합병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제리 양은 MS와의 합병 협상 당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칼 아이칸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이 "고의로 합병을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퍼부을 정도였다. 실제로 제리 양은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MS의 인수 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리 양이 사임을 발표하자 야후 주가가 4.4% 상승 마감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MS를 비롯해 다른 업체들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CEO 복귀 2년 5개월 만에 좌초
하지만 야후는 닷컴 붐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위세를 잃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이란 또 다른 강자로 급성장하면서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자 야후는 2001년 들어 워너브러더스 영화사 출신인 테리 시멜을 CEO로 영입하면서 부활을 모색했다. 테리 시멜 영입 이후 한 때 되살아나는 듯했던 야후는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다.
상황이 악화되자 창업자인 제리 양이 직접 나섰다. 2007년 6월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면서 인터넷 광고와 검색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한 것.
제리 양이 직접 '야후호'의 키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꺾인 상승세는 회복될 줄 몰랐다.
물론 제리 양 역시 이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제리 양이 복귀한 이후 야후의 시가 총액이 200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MS와의 합병 협상까지 무산되자 주주들 사이에서 '반 제리양 정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구글과의 검색 광고 제휴 협상까지 지지부진해지자 제리 양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 번의 실력발휘를 자신했던 제리 양은 결국 CEO 복귀 2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MS 행보에 시선 집중
제리 양이 CEO 직에서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MS 쪽으로 향하고 있다. 사그라들었던 '합병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MS는 올해 초 주당 33달러 수준의 인수 제안을 했다가 야후 경영진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자 합병 논의 자체를 거둬들였다.
MS가 발을 뺀 이후 야후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현재 야후 주가는 MS가 인수 제안한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17일 나스닥 시장에서 야후 주가는 11.10달러에 마감됐다.
베커자산관리의 팻 배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리 양은 지나치게 많은 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MS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여전히 야후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MS 쪽에선 제리 양 사임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볼 때도 MS로선 야후 인수 협상 재개를 선언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차라리 상황 변화를 주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과의 검색 광고 제휴 마저 여의치 않은 야후로선 대안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MS와의 합병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 칼 아이칸이 이사회 입성에 성공한 점 역시 지켜볼 대목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선 MS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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