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케이블TV의 지상파 동시재전송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법원이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업계 양측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부분이 성과로 꼽힌다. 작년 12월 18일 이후 가입한 40만 명에 달하는 신규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에 대해 무료 디지털 지상파 송출을 중단토록 한 것.
하지만 위반시 하루 1억원씩 배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협상 시한도 못박지 않아 이후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남겼다.
이에 지상파와 케이블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하면서 법적 대응할 궁리를 하고 있어 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천500만 케이블TV 시청가구에서의 지상파 재송신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고자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하지만 공영방송법 제정이나 보편적 시청권 문제 등 방송 정책의 큰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양측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판결로 인해 지상파 콘텐츠 협상에서 IPTV가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블 '항소' vs 지상파 '손배소'
지상파와 케이블 양 측은 모호하게 결론 난 이번 1심 판결에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면서 향후 법적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상파의 경우 케이블업계가 먼저 협상을 제안해온다면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항소로 갈 경우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맞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측 한 관계자는 "케이블업계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재전송을 계속한다면 법원도 피고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케이블이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면 원만하게 해결되겠지만 항소할 경우 손해배상 뿐 아니라 형사소송으로도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측은 또 동시재전송료 가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지만 280원 밑으론 내려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케이블 측의 대응에 따라 지상파 3사가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케이블TV측은 사실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굳인 상태에서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케이블업계 측 한 관계자는 "수신보조행위를 해왔던 케이블이 지상파에 거액의 동시재전송 비용을 지급할 경우 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의 파이가 줄어들어 피해가 막심할 뿐 아니라 무료시청을 전제로 한 지상파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항소를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2009년 12월 18일 이후 가입한 신규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방송 재전송 금지를 명령했지만 기존 가입자와의 분리송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결을 이행하려면 모든 가입자에 대한 송출중단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케이블TV측은 지상파 송출 중단에 따라 야기될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시청자 피해를 감안해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다.
◆IPTV, 뜻하지 않은 '수혜'...방송법 개정 숙제 남겨
이와 관련 이번 법원 판결의 최대 수혜자는 IPTV를 제공중인 통신3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블TV에 비해 지상파 콘텐츠 협상시 협상력을 갖지 못한 IPTV로서는 이번 판결로 협상력이 커진 것. 여기에다 초고속인터넷 등 결합상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케이블TV 업계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IPTV 측 관계자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과 관련된 비용분석에 들어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중재에 나선다면, 결국 무료 보편서비스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나 책임 문제가 이슈화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지상파방송과의 협상에서 지금보다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뉴미디어과에서는 오늘과 내일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을 불러 사업자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양측 모두 물러설 길이 없어 방통위가 아무리 콘텐츠 제공대가와 지상파 커버리지 확대에 따른 광고 수익 분배율 등을 고민한다고 해도 원만히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결국 이 문제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문제, 공영방송법 제정, 지상파 재전송 정책 등 방송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해결될 것 같다"면서 "미국 역시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은 후 관련 법 개정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박정일 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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