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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아이핀 의무도입, '급할수록 체한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아이핀(I-PIN)'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이 2년여의 진통 끝에 9월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공공아이핀 의무도입'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의무화하면 문제점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해 3일 열린 '공공기관 아이핀 의무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이 부각됐다.

◆"공공 아이핀 "만들기부터 어렵다"

2010년 현재 공공 아이핀을 발급받은 회원수는 총 31만여명, 공공 아이핀을 적용한 웹사이트 역시 700여개에 이른다.

행정안전부는 정부민원 포털인 '민원24'에 공공 아이핀을 이용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지난주 부터 운영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공공 아이핀 의무도입을 준비하겠다는 게 행안부 계획이나 순탄치만은 않다.

행안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월 정부기관과 전국 시·도청을 대상으로 공공아이핀 의무도입을 추진했지만 몇몇 기관의 반대로 보류됐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바꿀 경우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공 아이핀 적용시에 불거질 수 있는 반발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공 아이핀 발급 과정이 어렵다.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7자이상의 영문과 숫자가 혼합된 ID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 6자 이하의 ID를 쓰던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자칫 ID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우려가 있다.

또한 본인확인절차에 공인인증서와 주민등록증 제출만 있어 안정성측면에서는 좋지만 미성년자가 접근하긴 힘들다. 잠재적으로 아이핀의 실질적인 사용층이지만 발급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양대 정보통신처 정승찬 계장은 "특히 공공 아이핀 서비스에 대한 안내·오류메시지가 전문용어라 일반인의 이해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며 "의무화 이전에 아이핀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아이핀 의무도입 이전에 '철저한 준비'필요

연세대 정보대학원 김범수 교수는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제도의 정착에는 단계적 절차와 우선순위를 따져 도입 하는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제도의 확립과 더불어 시스템 도입 및 유지보수를 위한 관련 예산 확보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정승찬 계장은 "학사 홈페이지에 공공 아이핀서비스를 제공한 후 가끔 서비스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견됐다"며 "정보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안정화를 통한 자체 문제점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핀 꼭 써야돼?…홍보활동 필요

공공 아이핀의 의무도입 이전에 아이핀이라는 인증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이용 확산을 도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민간 아이핀의 경우 '일일평균이용자수가 1만명 이상'인 웹사이트만을 대상으로 신규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제공된다. 이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의무 적용대상 웹페이지는 올해 330개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김지원 사무관은 "이런 기준이 있지만 사업자의 소극적인 의무 이행으로 아이핀 확산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 적용기준 하향 ▲일일평균이용자수 외 다른 기준 개발해 적용대상 확대 ▲기존 회원에 대한 대체수단 전환 기능 제공 의무화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기존 웹회원의 주민번호를 아이핀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행안부 박문희 사무관은 "내달부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아이핀 알리기 홍보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등에도 아이핀 홍보책자와 영상을 배치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주기자 kbj021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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