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회의실에서 만난 FCC 조너던 레비 부수석에게 '망중립성'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당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망중립성 논란은 미국에서도 수 년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FCC는 지난 4월 콤캐스트와의 법적분쟁에서 패배하면서 망중립성 관련 정책 수립에 난항을 겪어왔다.
더불어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FCC 행보에 반대 의견을 꾸준히 펼쳐왔는데, 최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면서 FCC의 발걸음은 더욱 무겁게 된 형국이다.
이 같은 민감한 시점에 레비 부수석은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2010 국제방송통신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사법권적인 부분이 FCC 시정권고를 넘어섰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망중립성 문제는) 더 이상 강력한 규제를 쓰는 것이 방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FCC 내 상임위원 5명도 의견 합치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FCC, 진흥 기관 아니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와 '진흥'이란 과제를 놓고 논쟁이 큰 가운데 FCC의 미국내 역할이 궁금해졌다.
"FCC의 정책 관점이 '진흥'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정 산업 부문의 성공을 위한 진흥을 주도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대중에게 유익한 기업, 기술들이 공존하는 시장구조를 창출해내는 것이 의무입니다. 가장 최상의 시장 프로세스를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진흥'을 특정 업체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으로 보면, 진흥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 어느 정도 경쟁이 있을 경우에 소비자와 업체 간 더 나은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중요한 원칙은 새로운 시장 신규 진입자들을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업계가 혁신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임무라는 소리죠. "
이같은 조너던 레비 부수석의 발언은 국내 방송통신위원회가 업계가 혁신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의 의미로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뉴스코퍼레이션과 케이블비전과의 재전송료 분쟁 사례를 들며 FCC의 역할에 대해 더욱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FCC는 특정한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련 당사자들이 협상을 하라고 권고할 수는 있지만 중재 권한은 없습니다."
케이블비전과 뉴스코퍼레이션 간의 분쟁은 전송료 문제를 놓고 의견차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뉴스코퍼레이션 측이 케이블비전에 폭스채널 전송을 중단하면서 뉴욕시 300만 가구가 월드시리즈 중계를 보지 못하게 됐다.
"미국 현행법상 머스트캐리를 제외하고는 케이블 비전이 폭스에게 재전송료를 지불하고 허가를 받아 방송을 해야합니다. 폭스는 자신들의 가치있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거죠. 1992년 재전송 법안이 제정되기 전에는 위성TV, IPTV 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보장된 상태입니다. 케이블비전이 합의를 안하면 폭스는 다른 플랫폼에 재전송할 수 있습니다."
◆"OTT, 점차적으로 영향력 커질 것"
8일 컨퍼런스에서 그는 OTT(Over The Top)에 대해 의미있는 강연을 펼쳤다. OTT란 인터넷을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해 비디오 콘텐츠(VOD)를 다운로드 하거나 스트리밍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미래 무료TV 혹은 OTT서비스를 즐기는 세대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한바 있다. 하지만 OTT가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을 대체한다는 데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8일 발표에서 언급했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80만명에 전통TV에서 옮겨갔다는 것이 의미있습니다. 80만명이 움직였다는 것은 전체 시청자가 1억명이라고 했을 때 아주 적은 부분이지만 점차적으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는 OTT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인 IPTV의 성장에 대해서는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FCC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서 답할 만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IPTV는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VOD를 전송한다. OTT의 유료 방송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업체들이 인터넷 프로토콜에 기반한 방송 포맷을 이용할 지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할지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입니다. FCC는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기업들에게 질문하셨을 때 가장 좋은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FCC라는 위원회 조직의 특성을 감안한 듯 조너던 레비 부수석은 자신의 관점이 FCC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분명히 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w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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