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칼럼]
미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다.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13세 이상 미국인은 총 2억3천400만여 명이다. 이중 삼성전자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24.5%다. 미국에서 쓰이는 휴대폰 4대 가운데 한 대가 삼성전자의 휴대폰인 셈이다. LG전자의 점유율도 20%에 가까워 두 회사를 합치면 미국에서 쓰이는 휴대폰 거의 2대 가운데 1대가 한국 제품이다. 현재 1억대 이상의 한국 휴대폰이 미국인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업체는 모토로라(17.7%), RIM(9.3%), 노키아(7.1%) 등이다.
그러나 삼성과 LG로서는 이런 성과를 마냥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화려한 성적표는 스마트폰이 세상을 호령하기 전에 이룩해놓은 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반 휴대폰이 유행하던 시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발 빠른 행보로 휴대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휴대폰 창조의 주역이었던 모토로라를 제압하고, 세계 1위 기업인 노키아를 5대 메이저 업체 가운데 꼴찌로 밀어내는 빛나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이제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아직 1, 2위에 걸맞는 입장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체별로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뽑아낸 통계를 아직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유추는 가능하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6천150만 명이다. 시장점유율 1위는 블랙베리(33.5%)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26%이고, 아이폰 사용자는 25%다. 따라서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이 26% 가운데 얼마 만큼일 것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폰은 제조업체가 많고 그중 HTC와 모토로라가 먼저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들의 인기가 적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삼성 점유율은 아마도 낮은 한 자리 숫자일 것이다. 오차가 있겠지만 5% 내외라고 추산할 수 있다.
사용대수로 환산해보면 대략 300만대 안팎인 셈이다. 삼성전자 미국 시장 점유율이 24.5%이고 이를 사용대수로 환산하면 거의 6천만대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미국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은 대부분 일반 휴대폰이 빚어낸 결과다. 현재 미국인이 사용하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95% 가량이 일반 휴대폰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e마케터가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18%에서 2015년 4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삼성전자의 미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이론적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가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24.5%의 현재 점유율을 유지하고 시장 1위 자리를 사수하려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최소 4배에서 6배까지 끌어올려 한다는 뜻이다. 일반폰 점유율을 지금보다 훨씬 더 올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건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 쇠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IT 분야에서는 특히 현재 들끓는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면 애초부터 1위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시장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역시 e마케터의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속하게 될 안드로이드폰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올해 28%, 내년에 31%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늘어나기는 하지만 삼성은 이를 모토로라, HTC, LG전자 등 여러 경쟁업체와 나눠야 한다. 삼성 점유율은 잘하면 두 자리 숫자를 넘길 수 있겠지만 10%대 후반이나 20%대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볼 때 향후 1~2년 동안 전체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한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버라이즌 아이폰’과 ‘AT&T의 아트릭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버라이즌 아이폰’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환경을 작년보다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버라이즌은 1억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다. 미국 시장에서 휴대폰 싸움은 이 사업자의 품 안에서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에는 HTC, 모토로라 등과만 겨루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아이폰과도 직접적으로 싸워야 한다. 특히 버라이즌은 아이폰을 주력 휴대폰으로 밀고 있는 상태여서 삼성전자로서는 싸움이 더 버거워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겠지만 오히려 삼성전자로서는 버라이즌을 통해 파는 폰이 줄 수도 있다.
AT&T의 환경도 삼성에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AT&T는 기존 아이폰 외에 ‘버라이즌 아이폰’에 맞설 전략 무기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를 선택했다. 아트릭스는 지난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서 최고상을 받은 제품으로 일반인의 기대가 한껏 올라 있는 상태에다, 사업자가 전략 무기로 선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조금과 제품 홍보 등에서 ‘특혜’에 가까운 지원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는 스크린이 두 개 달린 교세라의 ‘에코’를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결국 올 상반기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두각을 보일 징후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S 후속 제품이 중요한 이유가 이때문이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내세울 전략 스마트폰에 대해 어느 정도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 후속제품이 어떤 입지를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갤럭시S 후속제품은 1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로셀로나 MWC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