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 광동지국 직원들이 미국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CDMA 방식 아이폰4을 '탈옥'(jailbreak)했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산하 차이나리얼타임리포트가 보도했다.
'탈옥'은 애플이 아이폰 등의 안전을 위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설치해놓은 각종 잠금장치를 해제(해킹)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5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계정에 "중국에서 CDMA 아이폰4의 첫번째 통화가 성공했다"며 아이폰과 차이나텔레콤광동지국의 출입증을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들은 "윈도 버전의 그린포이즌(Greenpois0n)'로는 실패했지만, 맥 버전으로 바꿔 (탈옥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린포이즌은 탈옥을 도와 주는 소프트웨어다.
이들이 탈옥 및 통화 테스트를 한 것은 아직 중국에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는 CDMA 아이폰으로도 중국내에서 (탈옥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반인에게 알리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차이나텔레콤 대변인은 이번 탈옥 테스트에 대해 "직원들 개인의 행동일 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차이나텔레콤의 이번 탈옥 실험 배경에는 서로 다른 이동통신 기술 방식 때문에 아이폰을 놓고 벌이는 중국 3개 이동통신 사업자간의 독특한 경쟁 구도가 있다.
중국에서는 아이폰 탈옥이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중국내 아이폰 출시가 늦고, 출시된 뒤에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해외에서 약정 가입된 아이폰을 사다가 탈옥을 통해 자신이 가입한 서비스 회사의 망을 통해 이용한다. 또 아예 탈옥된 아이폰을 구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자의 일부 지방 조직이 탈옥을 직접 유도하는 경우도 잦다.
현재 중국에는 3개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가 있는데, 통신망에 사용하는 기술은 각기 다르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은 음성 통화에 유럽의 GSM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차이나텔레콤은 미국 방식인 CDMA를 쓰고 있다.
고속의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한 3세대 망의 경우 차이나모바일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TD-SCDMA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차이나유니콤은 GSM에서 발전한 WCDMA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차이나텔레콤은 CDMA 방식에서 진화한 CDMA-2000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통신 방식의 차이 때문에 CDMA 아이폰4가 나오기까지는 아이폰에 관한 한 차이나유니콤이 제일 유리했다. WCDMA 방식은 미국 AT&T가 사용하는 방식이고 한국의 KT와 SK텔레콤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차이나유니콤도 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게 음성과 데이터 모두 무리 없이 서비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CDMA를 쓰는 차이나텔레콤은 GSM 방식인 아이폰을 통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TD-SCDMA를 쓰는 차이나모바일과 CDMA-2000을 쓰는 차이나텔레콤은 WCDMA을 이용하는 아이폰을 통해 고속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오직 차이나유니콤만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 당연히 아이폰 가입자가 차이나유니콤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자 차이나모바일의 베이징 지국은 지난해 11월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긴 하지만 차이나모바일에서 탈옥한 아이폰을 개통하는 방법을 홈페이지에 올리는가 하면 중국 사용자들이 현재 쓰고 있는 사용자 식별(SIM) 카드를 아이폰4에 맞게 자르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하였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이 이 처럼 경쟁하는 과정에서 차이나텔레콤은 음성도 데이터 서비스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관망만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CDMA 아이폰4가 나옴에 따라 이 탈옥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한편 CDMA 아이폰이 중국에 출시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애플이 CDMA 아이폰을 중국에 출시하려면 현재 버라이즌 아이폰에 몇가지를 수정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게 SIM 카드. 중국에서는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 SIM 카드를 요구하지만 미국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이 카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애플이 중국에 CDMA 아이폰을 정식으로 출시하려면 SIM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슬롯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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