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삼성 리눅스 플랫폼(이하 SLP)'을 아이폰 iOS와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국가 대표 모바일 OS로 키우는 방안이 국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실시한 비공개 토의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OS 'SLP'를 표준 플랫폼 삼아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주자로 키우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모바일 시장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시장에 뒤지지 않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플랫폼의 시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K리모로 안드로이드-아이폰과 경쟁하자"
SLP는 리모 재단의 리눅스 기반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인 '리모'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OS. 이를 탑재한 휴대폰이 지난 2009년 유럽에 출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SLP 탑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도 계획 중이다.
이날 회의에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SK텔레콤, KT 등에서 고위 관계자들과 주요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등 업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 협단체 및 학계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휴대폰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쟁력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 방안의 일환으로 이미 개발돼 있는 SLP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
특히 ETRI가 이같은 방안을 적극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ETR는가 SLP를 활용해 'K리모'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대표할 핵심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 팬택도 K리모를 채용한 스마트폰 제조를,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 플랫폼 기반 앱 개발을, 이통사와 정부도 관련 협력 강화 및 재정, 정책 부문에서 이를 지원하자는 얘기다.
K리모를 탑재한 삼성, LG, 팬택의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나아가 해외 제조사들도 이 플랫폼을 채택하면 국내 이통사와 제조사, 앱 개발사들이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회의적…"바다가 나을 듯?"
이날 회의에서는 'K리모' 프로젝트를 실시할 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경부는 ETRI 측이 합당한 근거를 더 제시한다면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리모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인 편이다. 삼성전자 조차 ETRI의 제안에 적극 협력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ETRI가 SLP를 국가 대표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한다면 SLP를 활용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유지보수 등 지속적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인 것. 이 플랫폼의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데다 삼성전자는 현재 '바다'라는 자체 플랫폼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나 팬택 등 경쟁 제조업체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휴대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을 뛰어넘을 경쟁력을 갖췄다면 모를까, 비슷하거나 떨어진다면 의미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SLP보다는 바다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실제 삼성전자 역시 유럽과 한국에 바다 기반 스마트폰들을 출시한 상태로, 바다 개발자 육성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K리모 보다 삼성이 해외 시장에서도 마케팅 역량을 쏟고 있어 기술 지원 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바다라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바다가 대안이 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바다를 타 제조사에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업계 관계자도 "전세계 많은 기기에 탑재되는 플랫폼이라면 안드로이드든, K리모든, 바다든 기반 앱을 개발할 수 있지만 시장성이 없는 플랫폼 앱을 개발하긴 힘들 것"이라며 "K리모의 입지가 확고하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 플랫폼에 관심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도 모바일 생태계 확보를 위해서라면 가능성이 낮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것보다 한국형 슈퍼앱스토어인 'K-WAC 협력을 강화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생태계 핵심인 플랫폼 필요"에는 한목소리
하지만 정부, 업계 모두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생태계'의 핵심인 모바일 플랫폼 확보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한국 휴대폰은 하드웨어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모두 갖췄지만 핵심인 생태계가 빠졌다"며 "지금처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대항마가 될만한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다든, 리모든 혹은 아예 새로운 제 3의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든 경쟁력있는 OS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각계 이해관계 등을 어떻게 풀지는 아직 조율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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