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아이패드 등 태블릿에 밀려 PC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지만, 그 추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1분기 실적을 까본 결과 주요 업체의 PC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HP와 델 등 주요 PC업체는 1분기에 기대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 실적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수요에 의존한 것이다. 장기 침체 속에서 IT에 대한 수요을 줄였던 기업들이 지난해 이후 구형 컴퓨터를 새 제품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에 대한 PC 판매는 급감하고 있다.
HP의 경우 이 수치가 1분기에 지난해 대비 23% 줄었다. 이 회사는 이 때문에 연간 판매 전망치를 10억 달러 가량 내려잡았다. 또 연간 주당 순이익도 20센트 내려 잡았다. 주가는 17일 하루에만 7.3%가 폭락했다.
레오 아포테커 HP 최고경영자는 "PC 시장이 둘로 쪼개졌다"고 말했다. "기업은 구매를 하나 소비자는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 소비자부문 매출은 1분기에 5.4% 떨어진 94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HP는 올해 전체 매출 전망치를 당초 최대 1천315억 달러에서 1천3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해야만 했다.
델 또한 1분기 실적이 전문가들의 예성치를 뛰어넘었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한 PC 판매는 7.5% 가량 크게 줄어들었다. 델의 1분기 실적 또한 서버 등 기업 시장의 수요가 확대된 것에 의존한 셈이다.
두 회사 실적만 그런 게 아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 자료에 따르면, 세계 PC 시장은 지난 1분기에 3.2% 줄어들었다.
PC 시장의 침체는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MS와 칩을 공급하는 인텔의 실적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판매는 4.4% 줄어든 44억5천만 달러였다. 이때문에 MS의 순이익은 20년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뒤졌다.1분기 MS의 순이익 52억3천만 달러였고 애플은 59억9천만 달러였다.
인텔 칩의 성장세는 계속이어졌지만, 이 또한 일반인의 PC 수요보다 기업 시장 및 신흥시장의 성장에 주로 의존했다.
PC의 하향곡선이 뚜렷한 데 비해 태블릿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자료에 따르면, 태블릿은 올해에만 7천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3년 안에 그 숫자는 2억4천6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PC 관련 업체들도 태블릿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HP는 올 여름에 '터치패드'라는 태블릿을 출시할 계획이다. 터치패드는 HP가 인수한 팜의 '웹OS'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웹OS는 스마트폰에서 운영되며, 특히 내년에는 HP PC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인텔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위한 저전력 칩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MS는 내년에 태블릿에 최적화한 윈도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루미스 세일스의 애널리스트 토니 어실로는 "태블릿을 판매하지 않는 회사는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기기 업체의 성장은 대부분 태블릿 분야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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