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오리온이 최근 TV 광고를 비롯해 신문에 오리온 초코파이의 국위 선양을 내용으로 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고는 '35g의 외교관'이란 내용이 주요 콘셉트로 '러시아에서 중국, 베트남, 중동, 미국까지 60여개 국에 파이로드를 열어가겠다'는 초코파이의 명성을 유독 부각시켰다.
지난 6월 담철곤 회장이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하는 등 회사에 '3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구속기소된 이후 오리온이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나 초코파이나 파이류는 여름철 비성수기 제품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대적인 광고는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이번 광고는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라기보다는 최근 열리고 있는 담 회장의 오리온그룹 비자금 심리와 관련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한창환) 심리로 열린 담 회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변호인측은 담 회장의 부인이자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딸이며 오리온의 최대 주주인 이화경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담 회장의 업적을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변호인단은 이화경 사장 심문을 통해 중국 제과시장에서 오리온의 위상, 초코파이 수출국가가 60여개에 달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점을 부각시켰다.
이 사장은 "담 회장은 오리온이 글로벌제과 기업이 되기까지 일등 공신"이라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담 회장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10여분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선처를 호소하기까지 했다.
증인석에 앉은 부인의 목소리가 울먹이자 피고석의 담 회장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 광고는 매년 집행하고 있다"면서도 "담 회장의 부재로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광고는 초코파이의 세계적인 명성을 부각시켜서 만들었다. 담 회장님의 심리와 겹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광고로 유죄가 무죄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내부적으로 힘을 내자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검찰의 심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오리온이라는 기업의 이미지,해외 시장에서 선전 등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나 준법경영 실천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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