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프린터업체들이 앞다퉈 상업용 인쇄 장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의 소비자 및 비즈니스 인쇄 시장이 한계에 부딛치자 '블루오션'을 찾아 상업용 인쇄시장 쪽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일반 소비자용 B2C 프린터나 기업용 B2B 프린터·복합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직면했다. 레이저 기반의 제품들은 매년 소폭이나마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잉크 기반의 제품은 이의 반대급부로 매년 정체 또는 감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프린터 업체들의 고정 수입원이던 잉크, 토너 등의 소모품들마저 이른바 '무한잉크'나 '재생토너'와 같은 비정품에 밀려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컨슈머용 프린터는 과거에 비해 가격이 많이 하락해 큰 마진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과거 데스크톱PC가 성행하던 시절엔 PC에 프린터를 끼워 팔기도 했지만, 데스크톱PC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는 이마저도 어렵다.
비즈니스용 프린터·복합기 시장에선 대기업용 제품은 물론 중소기업(SMB)이나 작은 사무실(SOHO)용 제품까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프린팅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았던 'MPS'도 업계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MPS는 출력과 관련된 기업들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관리해주는 '통합출력관리서비스'를 말한다.
◆후발 업체들 M&A 및 제휴 협력으로 시장 진출
어려운 환경에 프린터 업체들은 상업용 인쇄기, 그중에서도 디지털 인쇄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쇄 방식에는 크게 디지털 인쇄 방식과 오프셋 인쇄 방식이 있다. 오프셋 인쇄는 인쇄판에서 직접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잉크를 고무블랭킷에 옮겨 베낀 다음 이를 종이에 인쇄하는 방식을 말한다. 평판 인쇄라고도 한다.
반면 디지털 인쇄는 아날로그 인쇄 공정에서 탈피해 문서의 생성에서부터 후처리까지의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 해 한번에 처리해준다.
상업용 인쇄 시장에서는 예전부터 관련 제품을 생산해오던 후지제록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업체들이 많지 않았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다른 프린팅 업체들이 뛰어들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것.
때문에 대신 선택한 것이 기업 M&A와 제휴 협력이다.
HP는 지난 2001년 9월 인디고를 인수했다. 인디고는 1993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디지털 인쇄기 제조업체로, 우표에서부터 건축 포장재까지 거의 모든 형태의 출력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는 캐논이 네덜란드의 디지털 인쇄기 업체 오세를 인수했다. 사무용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상업용 인쇄기 라인업에 날개를 단 셈. 캐논은 국내에 상업용 인쇄 전담 영업부서를 신설하고 서비스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개인용 프린터에서 사무용 복합기, 상업용 대형 디지털 인쇄기까지 프린팅 분야의 수직계열화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캐논의 체계적으로 정비된 영업망과 서비스망을 활용해 유독 국내 시장에서 낮았던 오세의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국내 사무기기 업체 신도리코는 지난 2007년 이스트만 코닥과 상업용 디지털 인쇄기 국내 공급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엔 코니카미놀타와 손을 잡았다.
◆출력환경 변화가 디지털 인쇄 키운다
디지털 인쇄기가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출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주문 인쇄(POD)를 기반으로 하는 다품종 소량 인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품질 인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기존의 오프셋 인쇄 방식은 인쇄 과정이 길고 복잡하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다. 원판을 찍어내 인쇄물을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정이나 업데이트 역시 어렵다.
반면 디지털 인쇄는 가변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어 언제든 원하는 내용으로 데이터 변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과거 아날로그 시절과 달리 고객들의 데이터를 즉각 반영해 인쇄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납기일에 맞춰 다품종 소량 인쇄를 할 수 있으며, 필요한 만큼만 출력하기 때문에 재고 및 폐기처리도 적다. 실제 개별 인쇄물의 수량이 감소하면서 맞춤형 주문 인쇄가 확산되고 있으며, 고급 인쇄물을 원하는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DM(Direct Mail) 출력물의 경우 명세서, 청구서 등의 문서에 고객 이름이나 간단한 숫자 정도만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프로모션 메시지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삽입하는 '트랜스프로모'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인쇄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 출력이나 종이 외 다른 소재에 인쇄하는 것이 용이해졌다"며 "디지털 인쇄 산업의 발전속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로 더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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