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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핫테크-3]HTML5 "이젠 웹앱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이 같은 조치는 앱스토어 내에서 결제 과정을 거치도록 한 애플의 조치에 불만을 가진 때문이다. 또 매출의 30%를 고스란히 애플 측에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 역시 못마땅했다.

지난 해 하반기 유무료 사이트 병행 전략을 선보인 보스턴글로브 역시 HTML5 쪽에 눈을 돌렸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매체들 역시 HTML5 기반 앱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HTML5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언론사를 비롯한 콘텐츠 업체들이 HTML5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앱 생태계의 대안으로 HTML5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별도 플러그인 없이 각종 동영상 구동"

HTML은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가 지난 1993년 제안한 웹 표준. 버너스 리는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란 단체를 결성한 뒤 브라우저, 소프트웨어, 하 드웨어와 관계없이 웹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가진 HTML 표준을 만들었다.

개방형 표준을 무기로 웹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HTML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브라우저 경쟁이 격화되면서 표준화되지 않은 명령어가 남발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HTML의 기본 정신인 간편성, 통일성, 접근성이 위협받게 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TML 후속 버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웹 표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W3C는 오는 2014년 경에 HTML5 표준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HTML5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도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당연히 플래시 플레이어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가 없어도 영상과 음악,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으론 PC나 모바일 환경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웹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무선 인터넷이 점차 수렴되는 최근 상황에선 HTML5의 이런 특징은 엄청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TV에서도 HTML5는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을 볼 때 별도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기능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가신 것을 싫어하는 이용자들에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들어 HTML5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국에서는 ABC, 폭스뉴스 등이 HTML5를 표준으로 한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소셜 게임회사인 징가 역시 HTML5 기반 게임 개발 툴 전문업체인 텍스트로스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마쳤다.

◆플랫폼-통신사업자 모두 많은 관심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업체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는 이미 지난 해 8월 HTML5 기반으로 전환했다.

애플 중심의 앱 생태계에 강하게 반발해 왔던 페이스북은 아예 HTML5 기반의 자체 웹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스파르탄(Spartan)’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에는 징가와 대표적인 뉴스 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 등이 협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또 지난 10월엔 웹개발자들이 HTML5 웹앱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HTML5 리소스 센터'를 열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경쟁적으로 HTML5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애플이 행보다. 언뜻 보기엔 앱 생태계와 HTML5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스티브 잡스 당시부터 플래시에 강한 반발을 보였던 애플은 HTML5를 이용해 브라우저 상에서 오디오, 동영상, 그래픽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글도 상황은 비슷하다. 웹 생태계가 모바일 환경으로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웹애플리케이션 개발플랫폼 '구글 기어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신 HTML5를 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구글은 현재 유투브를 비롯해 웹 브라우저 크롬, 지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HTML5 상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있다.

MS는 한 때 HTML5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액티브엑스와 실버라이트 등 자사 플러그인 기술 쪽에 무게를 실었던 것. 하지만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결국 익스플로러9 버전부터 HTML5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계 통신사들의 연합체인 WAC까지 HTML5를 밀고 있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정 제조업체가 앱 마켓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WAC은 HTML5를 비롯해 CSS, 자바스크립트 등 웹 표준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어도비의 플래시 포기로 힘 받아

업체들의 움직임이나 시장 조사업체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올해 HTML5가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부터 꽃망울을 피울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TV가 HTML5 붐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게다가 어도비가 모바일 쪽에선 플래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부분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어도비는 지난 해 11월 성명을 통해 "지난 2년간 플래시 플레이어를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 제공하면서 많은 모바일 기기에서 웹 콘텐츠를 충분히 표현해 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HTML5가 전 세계 차원에서 지지를 받으면서 다양한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콘텐츠를 창조하고 배치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됐다"고 밝혔다.

모바일에 한해서란 단서 조항을 달긴 했지만 어도비의 플래시 포기 선언은 HTML5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화려한 효과 보다는 휴대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능이 더 필수적이란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기 때문이다.

어도비의 포기 선언은 HTML5가 모바일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시장 조사기관들도 연이어 황금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ABI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해 1억900만대 수준이었던 HTML5 기반 기기 숫자는 오는 2016년엔 21억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 조사 회사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전망은 좀 더 구체적이다. 지난 해 3억3천600만대 수준이던 HTML5 폰이 오는 2013년엔 10억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 전망대로라면 불과 2년 만에 HTML5 폰 유통량이 3배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표준문제 등은 과제로 남아

물론 HTML5의 앞날에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브라우저 제조업체들마다 조금씩 다른 구동 방식을 하나로 통일하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HTML5에서 재생되는 동영상 역시 표준 코덱이 없어 재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이 제공하는 HTML5는 사파리에서만 제대로 작동할 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HTML5 시장 형성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웹 표준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W3C가 2014년까지 표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업체들 간의 이해 관계를 얼마나 잘 조정해 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세는 HTML5로 굳어진 느낌이다. 웹과 앱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든, 애플의 까다로운 앱스토어 입점 조건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든, 콘텐츠업체와 플랫폼 업체들은 앞다퉈 HTML5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진정한 의미의 'HTML5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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