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몰포나비'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서남표)이 외부 빛을 반사시켜 화면을 출력하는 형식의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발표했다.
KAIST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신중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출력시키는 전력이 필요 없이 외부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을 크게 증가시켜, 밝으면서도 전력소모가 매우 적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킨들'의 컬러 디스플레이 버전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 LCD와 비교한다면 번쩍거리는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외부 빛을 반사시켜 화면을 보기 때문에 화면 출력에 별도의 전력이 필요없다.
무지개, 비누거품 등 투명한 물질로 구성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과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것을 '구조색'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몰포나비는 구조색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고유의 색을 유지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중훈 교수 연구팀은 몰포나비의 구조색이 색의 변화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를 유리구슬을 이용해 재현했다.
신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다양한 크기를 갖는 수백 나노미터(nm) 크기의 유리구슬을 임의로 배열해 무질서함을 구현했고 또, 배열된 유리구슬 위에 반도체 증착 방법을 통해 주기적인 박막을 쌓아 넓은 면적의 몰포나비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구현된 결과는 구조색 특유의 번쩍거리는 특징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페인트와 같은 일반 염료처럼 어느 시야각에서도 일정한 색을 나타낸다. 또 나노 크기의 구조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색이 희미해지지 않는다.
구조색은 빛의 반사와 간섭에 의해 생기므로 이산화 티타늄(자외선 차단제 및 각종 화장품, 흰색 도료로 많이 쓰임)과 유리로 만드는 박막의 종류에 따라서 원하는 색의 필름을 만들 수 있다.
새롭게 개발된 박막은 몰포나비의 색과 밝기의 재현을 넘어 실제 '몰포나비'보다도 각도에 따른 색의 변화가 훨씬 더 적은 우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연구진은 또 이 박막을 얇은 플라스틱 필름 안에 파묻어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신개념 재료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냈다.
이번 연구는 재료분야 최고 권위 저널 중 하나인 어스밴스드 머터리얼스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5월8일자 내부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신중훈 교수 (제1저자 정경재 박사과정 학생)와 서울대 전자과 박남규 교수, 그리고 삼성 종기원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의 지원을 받았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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