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세계적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세계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15년이다.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곧 사라지길 반복한다. 부침이 심한 IT 벤처분야는 더하다.
그런데 여기 그 두 배에 달하는 기간을 버텨온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전자의무기록(EMR) 시장의 강자인 비트컴퓨터다.
1983년 설립된 비트컴퓨터는 일반 '굴뚝기업'의 기준으로도 짧지 않은 기간을 견디며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단명하는 기업들과 달리 장수기업의 아이콘이 된 비트컴퓨터는 무엇이 다를까.
◆호텔방에서 시작해 한결같은 '한 우물 파기'로 우뚝
비트컴퓨터의 장수 비결은 '한 우물 파기' 전략에 있다.
비트컴퓨터는 1983년 한 호텔방에서 탄생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조현정 회장은 자본금 450만원을 들고 직원 2명과 함께 비트컴퓨터를 창업했다. 82년에 의료보험청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래로 고집스럽게 의료정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 왔다.
97년 코스닥 등록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 백지상태였던 국내 의료시장을 개척하며 병원급 600개, 의원급 6천500개, 약국 1천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직원 수도 2011년 기준 170명까지 늘었다.
이제는 일본과 태국, 미국 등에 해외법인까지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몽골 등에도 진출한 상태다.
비트컴퓨터는 이를 바턍으로 유-헬스(u-Health) 시장과 해외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함에 따라 원격진료 분야 선점에 힘 쏟고 있다. 이미 120여 개의 구축실적도 확보했다.
지난해 비트컴퓨터는 매출 305억원을 달성했고 이 중 해외매출 비중은 10%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늙지 않는 기업…'도전정신'도 29년 간 유지하려 애써
비트컴퓨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도전정신'이다.
비트컴퓨터는 대학생 신분으로 호텔방에서 창업을 이뤄낸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IMF 시절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줄일 때 비트컴퓨터는 직원 수를 유지하고 투자를 늘렸다. 이러한 도전이 거름이 돼 비트컴퓨터는 IMF 시절 오히려 성장했다.
IMF시절 연구 개발비를 늘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회사 측은 '청개구리 전략'이라고 부른다. 대표이사 결재가 없는 기업문화, 독특한 인사방식인 '승진신청제'도 그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벤처붐으로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출혈경쟁이 일어 모든 기업이 힘든 시절을 겪을 때도 비트컴퓨터는 오히려 유헬스케어에 투자했다"면서 "위기는 곧 기회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초심 잃지 않는 윤리·투명경영
비트컴퓨터를 설립한 조현정 회장은 늘 '초심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비트컴퓨터가 말하는 초심은 '기업의 이익창출', '구성원은 동지이자 파트너',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나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의 밑바탕에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비트컴퓨터 관계자의 말이다.
사회와의 나눔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비트스쿨'이다. 지난 1990년부터 운영해온 비트스쿨은 국내 IT 산업계에선 'IT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지금까지 양성한 인력만 해도 8천500여 명에 달한다. 더불어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는 모두 공개하고 있다.
또한 비트컴퓨터는 지난 2000년 1월부터 '조현정 재단'을 설립, 고교 2학년 때 장학생을 선발해 대학 2학년까지 4년간 등록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행하고 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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