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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는 왜 에너지 효율 1등급이 없을까?


업계 "제품 특성상 효율보다 '흡입력' 등에 더 중점"

[박웅서기자] "진공청소기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 없나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임 모씨는 최근 진공청소기 구입을 며칠째 미루고 있다. 여러 유통매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충족하는 청소기를 찾지 못했기 때문.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나 성능을 갖춘 모델은 많았지만 혹시 1등급 제품이 아니면 전기료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발품을 팔고 있다.

생활가전 업계에 '에너지 절약'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유독 청소기 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충족하는 모델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렉트로룩스 등 국내외 생활가전 제조사들은 다양한 청소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충족하는 모델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10월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된 진공청소기들은 모두 2~5등급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2등급과 3등급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일부 업체의 경우 프리미엄 모델임에도 최저 수준인 5등급을 받은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체 제품의 63%인 93개 모델이 3등급이고 나머지는 2등급(35%)과 5등급(1%) 제품뿐이다. LG전자 역시 3등급 제품 비중이 85%로 가장 높다. 2등급 제품(10%)과 4등급(1%), 5등급(3%) 제품도 있지만 역시 1등급을 받은 제품은 없다.

청소기 제품이 유명한 외국 가전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이슨과 밀레의 경우 1~3등급 제품이 하나도 없이 4등급과 5등급 제품뿐이며, 일렉트로룩스는 3~5등급 제품만을 보유하고 있다.

◆등급별 전기료 차이 적어…에너지 소비량은 흡입력과도 연관

제조사들이 이처럼 '에너지 1등급 청소기'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대형 생활가전처럼 항상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어서 등급별로 전기료 차이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청소기는 대형 생활가전과 달리 항상 플러그를 꽂아두고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며 "필요할 때만 잠깐 쓰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1등급까지 올리는 것은 과스펙"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청소기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2등급과 5등급 제품의 연간 사용전기요금 차이가 3천~4천원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전 업체들은 에너지 효율보다는 흡입력, 소음, 미세먼지 배출량, 사용편리성, 제품중량 등 다른 성능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청소기 시장에서 먼지봉투를 없앤 진공청소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청소기의 에너지 효율과 연관이 깊다. 먼지봉투가 없는 요즘 청소기들은 먼지를 저장통에 저장할 때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먼지봉투가 있는 청소기보다 에너지 효율등급이 낮다.

에너지 효율이 청소기의 먼지 흡입력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청소기는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품"이라며 "모터의 흡입력이 좋을수록 에너지 소비량도 많아지고 반대로 에너지 소비량 낮추면 흡입량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같은 모터파워에서 흡입력이 더 높으면 에너지 효율 역시 더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청소기 업체들이 모터 성능 개선에 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로봇청소기와 침구청소기 같은 다른 청소기 제품은 아예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에서 배제돼 있다. 등급을 매겨야 할 만큼 에너지 사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와 침구청소기는 전체 소비전력량이 800와트(W)가 되지 않아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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