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완성차업체나 계열 부품업체가 만드는 '순정부품(OEM부품)'의 가격이 부품생산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 비순정부품보다 최대 1.8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품질 차이는 거의 없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자동차부품 가격 및 품질 안정화를 위한 가격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5~30일에 걸쳐 실시됐으며, 2006년형 차종 중 시장점유율과 차급 등을 고려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소형), 쏘나타(중형), 그랜저(대형) 등을 선정해 진행됐다.
조사대상 부품은 브레이크패드ㆍ에어클리너ㆍ항균필터ㆍ배터리ㆍ전조등ㆍ엔진오일 등 6개이며, 현대모비스와 다른 업체 2곳의 수리비(공임비 포함)를 분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순정부품인 현대모비스 제품을 사용하면 수리비는 비순정부품을 사용할 때보다 최소 1.08배에서 최대 1.83배의 비용이 더 들었다.
가격 차가 가장 심한 제품은 아반떼용 에어클리너였다. 현대모비스 제품을 사용하면 1만9천556원으로 카포스 제품(1만667원)보다 1.83배 비쌌다. 쏘나타와 그랜저용 에어클리너는 현대모비스 제품이 보쉬 제품보다 각각 1.44배, 1.52배더 비쌌다.
브레이크 패드는 아반떼용 현대모비스 제품(6만1천744원)이 상신(4만2천480원)에 비해 1.45배 고가였고, 쏘나타용이나 그랜저용의 가격도 모비스가 다른 회사에 비해 약 1.4배 비쌌다.
항균필터, 배터리, 엔진오일, 전조등도 모두 현대모비스 제품을 사용한 수리비가 카포스 제품 등에 비해 1.1~1.3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6개 제품 중 브레이크패드와 에어클리너를 선정해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에 성능 테스트를 의뢰한 결과,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간 성능은 별 차이가 없었다.
브레이크패드는 현대모비스, 상신, 은성 등 3개사의 쏘나타용 제품을 각각 2개씩 조사한 결과 속도 분포, 안정성, 페이드율, 회복률, 침수 회복률, 패드 두께 감소량 등 6개 항목에서 모두 평가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제동 성능 항목에서는 은성 제품 1개가 '다소 미흡'으로 조사됐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은성 제품과 동일한 1개는 모든 항목에 걸쳐 기준을 만족했다"며 "이 회사의 제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에어클리너는 현대모비스, 보쉬, 카포스 등 3개사의 쏘나타용 제품을 각각 2개씩 조사한 결과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기저항(공기가 에어클리너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저항)은 카포스 제품이 현대모비스보다 약간 낮았지만 미세한 수준이었다. 청정효율(흡입된 먼지를 제거하는 비율)은 현대모비스와 보쉬 제품 모두 기준을 충족했으나, 카포스 제품 1개는 초기 청정효율이 기준에 약간 못 미쳤다.
먼지 포집량(일정시간 동안 먼지를 흡수하는 양)은 카포스나 보쉬 제품이 현대모비스보다 약간 많았다. 청정효율과 먼지 포집량은 높거나 많을수록, 통기저항은 낮을수록 더 좋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수리비용이 비싼데도 순정부품을 선호하는 것은 '순정' 부품이라는 용어의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순정부품은 'OEM부품'으로, 비순정부품은 '규격품'으로 용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부품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정비센터의 수리내역서 발행, 부품가격·공임비 게시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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