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률 11%를 기록하며 직전분기 2%에서 9%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른 실적을 낸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1분기 영업이익률 12.5%를 기록하며 직전분기 14.8%에서 2.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26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사업부 매출 8조5천800억원, 영업이익 1조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률 감소에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매출 감소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 매출은 전분기 4조2천600억원에서 3조4천600억원으로 약 18.7% 감소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4분기 6천650억원에서 1분기 1천670억원으로 75% 가까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백지호 상무는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스템LSI의 매출하락에 대해 "시장상황 및 거래선 요구에 따라 램프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고, 1분기 계절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선 애플의 '아이폰5' 판매가 부진해 파운드리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메모리사업부 역시 매출액이 5조1천2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4분기에 비해 4%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PC용 D램을 모바일·서버향 D램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D램 공급가능량이 줄어들었다. 또 낸드플래시의 경우 비트출하량은 늘었으나 평균판매단가가 하락했다.
백지호 상무는 "D램의 경우 비트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4~6% 감소했으며 평균판매단가는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또 낸드플래시의 경우 비트출하량이 전분기에 비해 10% 초반 증가했으나 평균판매단가는 4~6% 하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삼성전자가 PC용 D램 공급을 축소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공급을 늘리는 상반된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PC용 D램 공급축소가 전체 시장에서 PC용 D램의 수급 상황을 타이트하게 만들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에는 약이 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D램에서 PC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트출하량 기준 4분기 20% 중반대에서 1분기 20% 초반대로 감소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PC용 D램가격이 상승하자 전체 제품 비중에서 PC용 D램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PC용 D램 가격이 급등하자 당초 20%대로 잡았던 PC용 D램 매출 비중을 30% 중반대로 높인 것.
SK하이닉스 박래학 상무(마케팅본부)는 1분기 PC용 D램 가격 상승과 관련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기인한 것"이라며 "경쟁사의 경우, 1분기 PC용 D램을 모바일용 D램으로 전환하는 비중이 훨씬 컸다"고 분석했다.
1분기 삼성의 D램 평균판매단가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SK하이닉스의 평균판매단가는 4% 올랐다. 비트출하량 또한 삼성전자는 4~6% 감소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공급량을 3% 늘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격차에 대해 "삼성전자의 PC용 D램 출하량은 SK하이닉스에 비해 훨씬 비중이 적다"며 "삼성전자는 20나노대 D램을 모바일에 적용해서 드라이브하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는 20나노대 D램을 PC에 먼저 적용해서 물량도 많아지고 원가도 훨씬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자체 무선사업부의 D램 수요 증가에 우선적으로 대응하면서 삼성과의 기술격차를 좁힌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승우 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자체적으로 필요한 모바일D램 수요가 많다"며 "그간 삼성전자가 모바일D램 시장에서 선발주자의 프리미엄 효과를 많이 누렸는데 1분기를 기점으로 2위업체인 SK하이닉스가 PC용 D램 물량 뿐 아니라 모바일D램의 물량도 늘리면서 가격도 높여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의 전체 매출액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선 D램이 약 53%, 낸드플래시가 약 43%, 기타 제품이 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